진숙영 강사(독어독문과)

본교 독어독문과와 기호학 연구소는 24일(금) 독일 쾰른대학 마리타 봄벡(Marita Bombek) 교수(예술교육학과 섬유예술전공)를 초청해 학관 414호에서 ‘영화에서의 패션(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에 의거)’ 을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원칙적으로 언어시스템과 패션시스템은 그 수사학에 있어 큰 유사점을 갖고 있다”

붐벡교수의 특강은 롤랑 바르트의 책 「패션의 언어」(1967)에 근거한다. 바르트가 말하는 언어의 이중적 시스템은 바로 기의(사물)와 기표(이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공부하기에 좋은 편평한 무엇이 있다고 하자. 그 사물은 책상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기 전에 무한한 자유와 가능성을 지닌다. 반면 텍스트(책상)는 하나의 특정한 가능성에 고정돼 자유를 제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은 언어와 같은 연관성’을 갖는다. 시대에 따라 적합한 단어사용이 달라지듯 패션도 그 시대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 세상사를 이야기하려는 인류의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미지는 우리에게 문자보다 덜 추상적이고 즐겁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미지는 우리의 감각에 더 직접적으로 호소하며 그 시각성으로 인해 인간의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텍스트를 통하는 것보다 얼굴이나 신체의 모습을 통해 더 빨리 서로에 대한 인상을 얻는다. 이렇게 심층심리에 미치는 이미지의 작용은 오래전부터 광고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패션과 화장품 산업이 마케팅 전략에 이용한 “Everyday new face”라는 문구는 대표적인 예.

오늘날의 영화는 이러한 대중적인 확산의 전형적인 예다. 동시에 영화는 오늘날의 대중스타의 몸짓이나 습관, 의상 등을 모방함으로서 신체언어적인 수사학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의 수사학을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적인 연구 방법에 따라 1940년부터 1980년 사이의 유럽과 미국의 영화스타들의 예에서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사진1>은 영화 ‘진홍의 여왕(The Scarlet Empress, 1934)’의 마를렌 디트리히의 모습이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그는 독일 공주로 태어나 러시아 왕실과 혼인한 후, 여왕으로 군림하는 소피아를 연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그의 태도다. 화려한 의상에 허리에 손을 얹어 남자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한 자의식을 나타내는 동시에 독일이 러시아를 지배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욕망을 표현한다.

<사진2>는 1984년 패션잡지 속 베아트리체 쿤츠의 모습이다. 60년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30년 간격으로 거의 같은 형식의 여성스러움과 가벼움, 풍성함 등을 강조하는 패션이 등장하지만 조금씩 다른 뉘앙스와 액센트를 갖고 있다. 언어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모하는 것처럼 패션도 시대적인 배경이나 문화적인 관습에 따라 새로이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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