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된  ‘MEMS 우주망원경 연구단’ 의 본교 박일흥 교수(물리학 전공)와 ‘생체 공생 시스템 연구단’ 의 이원재 교수(분자생명과학 전공) 인터뷰

과학기술부는 16일(목) 2006년도 ‘창의적연구진흥사업’ 10개의 신규 연구단을 선정했다.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사업인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은 기존 기술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차세대 연구자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사업으로, 1997년부터 시작해 현재 37개 연구단이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 과학을 이끌 연구자로 꼽힌 박일흥 교수와 이원재 교수를 만나 그들의 연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우주탄생의 찰나 보여줄 것"


영화 ‘콘택트’에서 주인공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만든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와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앞으로 영화에 등장할 우주망원경은 모두 ‘Made in Korea’가 될지도 모른다. 본교 박일흥 교수가 기존의 망원경과는 전혀 다른 우주망원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세계 최초로 제안한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우주망원경은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망원경의 반사경을 반도체로 만들고 그 위에 마이크로 크기의 미러를 조각해 이것이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러는 여러 물체를 각각 관찰할 수 있도록 제어된다.

“카메라와 망원경의 기본 원리가 같아, 망원경 개발에 성공한다면 감시 카메라 발전에도 큰 전환점이 될 겁니다” 여러 물체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어 단 한대의 카메라로도 도둑 수 백, 수 천명의 행동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박 교수가 궁극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것은 ‘우주의 구조와 진화’다. 그가 개발한 MEMS 망원경은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고 지구로 날아오는 우주선(宇宙線·cosmic ray)을 관찰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 과학의 11대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로, 어디에서 생겨나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박 교수는 우주선을 우주 빅뱅(big bang·대폭발)이 일어나자마자 생긴 조각들이라 추측했다. 그는 “망원경으로 우주선을 포착할 수 있다면 빅뱅이 일어난 찰나, 즉 우주 태초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허블 망원경으로는 우주가 태어나고 1억년 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MEMS 망원경을 이용한다면 태어난지 1초도 안된 우주를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생아 우주와 370억년이라는 나이를 먹은 지금의 우주를 비교한다면 인간은 우주의 진화에 대한 정보를 손에 쥘 수 있다고.

앞으로 박 교수는 3년 간 MEMS 망원경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할 예정이다. 다음 3년 간은 국제우주정거장 또는 인공위성에 실을 망원경을 제작하는데 전력할 계획.
 “이화가 나노·생명과학 분야에는 경쟁력이 있지만 아직 ST(Space Technology·우주기술) 쪽은 부족합니다. 이 연구가 우리 학생들이 ST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합니다” 그가 밝힌 또 다른 포부다. 9년 뒤엔 과학 교과서에서 ‘허블’의 이름대신 ‘박일흥 MEMS 우주망원경’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장과 균의 '대화'  듣겠다"


“유산균 수 억마리로 이뤄진 요구르트를 몸에 주사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장은 이것을 신기하게도 잘 받아들여요” 이원재 교수는 인체의 적인 ‘균’과 공생하며 지내는 장을 연구해 장내세균이 장에 미치는 유익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슈퍼마켓 유제품 코너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요구르트의 이름을 실마리 삼아 그의 연구를 따라가 보자.

메치니코프
1908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면역학자 메니치코프는 균은 무조건 몸에 나쁘다는 개념이 학계를 지배하고 있을 때, 유산균처럼 유익한 균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메니치코프 이후로 면역학은 발전을 거듭했고 생물에게는 타고난 ‘자연면역’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초파리는 더러운 것을 먹고 사는데도 죽지 않고 잘 견딘다. 자연면역을 통해 간단하게 균을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도 자연면역이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야 처음으로 밝혀졌단다.

그는 인체의 면역을 공부하던 중 장과 균의 공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균과 인체의 공생관계가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 그는 ‘공생학(symbiotics)’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 한다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위 점막에 기생하는 균으로, 이는 상당수의 사람이 지니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이 균이 위와 공생하지 못하면 위암의 원인이 된다.

장과 장내세균도 마찬가지다. 장과 균은 항상 ‘대화’를 하며 친하게 지내지만 균의 수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나쁜 영향을 끼쳐 각종 병을 유발한다. 이 교수는 “장과 장내세균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공생의 원리를 밝혀내 과학적으로 이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스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왜 전통적으로 장수를 누려왔는지 의문을 품고 관찰을 시작했다. 그는 이들이 유제품과 발효식품, 즉 몸에 유익한 균을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유산균이 왜 장수에 도움을 주는지는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했다.

앞으로 이 교수가 ‘유산균은 몸에 좋다’는 막연한 추측에서 벗어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낸다면 이는 의학·면역학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돼 인간의 장수에 기여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 교수는 ‘공생’에 개념을 둔 새로운 학문에 첫 발을 뗀 심정을 “곡예를 타는 것처럼 막막하다”고 표현했다. 이제까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 기본 자료와 논문이 거의 없기 때문. 하지만 그는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 이화의 생명과학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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