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아름다운 책방 <뿌리와 새싹>

“서점이 거의 없는 신촌 지역에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학교 앞 아름다운 책방 신촌점 <뿌리와 새싹>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본교 김가현(정통·3)씨의 말이다. 그의 목표처럼 헌책방 <뿌리와 새싹>은 상업화로 물든 학교 앞에서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뿌리와 새싹>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으로, 개인·단체로부터 기증받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이곳은 인문·사회·만화 등 1만여 권의 서적과 2천여 개의 음반·비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일반 서적은 1천원·카세트테이프는 100원부터 시작한다. 책방을 방문한 본교 나은진 교수(국문학 전공)는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절판된 책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책방 매니저인 박하재홍씨는 “사람들이 읽지 않아 죽어있는 책이 이곳을 거친 후엔 여러 사람에게 읽히는 살아있는 책이 된다”며 “이렇게 죽어있는 책을 살림으로써 재사용을 통한 나눔의 의미를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 책방의 존재 의미”라고 전했다.

헌책방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책을 팔기만 하는 곳은 아니다. 다른 헌책방들과 달리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녹차를 마시며 원하는 시간만큼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뿌리와 새싹>에서는 독서 모임·전시회·작가 미팅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에 열리는 ‘촛불과 낭독의 밤’ 모임. 여성환경연대가 지정한 ‘촛불 켜기 운동’의 하나로, 전기를 끄고 촛불을 켬으로써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여유를 느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 모임에서는 독서 토론·문화공연 등을 진행한다.

<뿌리와 새싹>이란 이름은 동물학자 제인구달 박사가 제안한 환경·동물·이웃을 위한 환경운동인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운동’에서 따왔다. 그래서 ‘신촌 지역에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자’는 책방의 목표는 책방 내부에서도 잘 드러난다. 깨진 벽돌·버려진 나무판 등을 주워와 책방의 마루·문짝·책장을 만드는 등 내부 인테리어의 50%를 재활용품으로 꾸몄다. 책방 건물도 민속주점이었던 한옥을 변형시켜 활용한 것이라고. 책방 한편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발간한 단행본 등 환경 관련 서적들도 진열돼 있다.

재활용 인테리어 덕분에 <뿌리와 새싹>은 개성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깨진 타일로 만든 벽과 쪼개진 나무판자를 붙여 만든 책장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화장실 나무판자 벽은 하늘색 벽화로 채워져 있어 푸른 하늘을 연상시킨다.

<뿌리와 새싹>은 이처럼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촌 지역만의 특색 있는 대학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학생들의 참여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본교 기서윤(경제·4)씨는 “봉사를 통해 나눔의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됐고, 느리게 돌아가는 책방의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같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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