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2학년 박희진이다. 동시에 나는 이대학보사 수습기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강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 마음편히 친구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 수만은 없다. 공강시간에도 틈틈이 취재처를 돌고,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

  새학기가 시작된 후 친구들은 동아리 자보를 보면서 어떤 동아리가 재밌을까, 어떤 학회가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동안, 나는 어떤 것이 이번주에 맞는 게시판꺼리일까, 어떤 것이 기사꺼리가 될까 이런저런 생각에 바쁘기만 하다.

  학기가 시작되고 수업과 함께 학보사일을 하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많다. 학년이 올라가 전공수업의 양도 많아지고 질도 높아지고. 그래서 힘에 부친다며 나태해지는 나를 합리화하고 있다. 어쩌다 시간이 나도 친구들과 놀기 바쁘고, 집에 오자마자 뻗어 잠자는 데 정신없고,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않고 멍하니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도 하고.

  요즘 나는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보사 일이 바쁘고 버거워 친구들을 챙겨주지 않는다거나, 전공공부를 미룬다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합리화가 가능한 일일까.

  이제는 알겠다. 그동안 4번의 제작을 거쳤을 뿐이지만 얼마나 내가 나태해지고 나약해지고 있었는지를. 학생과 기자로서의 두가지 일을 모두 멋지게 해내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옳지 않은 변명으로 내 잘못을 덮어두고 있던 게 아닐까. 나중에 먼훗날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회상하면서 후회없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학보사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있겠지만 내가 해야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써야한다며 전공공부를 미루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자로서 기사를 쓰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나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이번주도 학생기자란 이름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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