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9시 뉴스에도 나왔었어요∼혹시 보셨어요?”
전자주민카드에 대한 시민공청회 날. 모두들 전자주민카드의 장점에 대해 귀를 기울일 때 같은 장소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연대) 인턴 정유진(법학·4)씨다.


한창 피켓시위 중이던 그는 당시 공청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혀 9시 뉴스에 방송됐다고. 말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그이지만 전자주민카드의 인권침해에 관해 설명할 때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신분증에 교통카드·신용카드·도서관출입까지 안되는 것이 없는 전자주민카드. 그는 기능이 한곳으로 모여 이용이 편리한만큼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교통 기록을 보면 언제 어디를 갔는지 신용 기록을 보면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심지어 어느 식당에서 언제 식사를 했는지까지 모두 알 수 있으니까요”라며 걱정스런 표정에 한숨을 덧붙인다.


그러나 그런 그도 처음부터 인권에 대한 관심이 ‘무궁무진’했던 것은 아니다. “인턴을 안했다면 안보였을 것 같아요. 정말 아는 만큼 보이더라구요”라는 그는 인권연대에서 인턴을 하면서 오히려 인권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은 경우다.


국제기구에 대해 관심이 많던 그는 대학시절 여러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인권연대에 인턴신청서를 내밀었다. 매일 오전9시 출근, 오후6∼7시 퇴근을 반복하며 꼬박 한달을 인권연대에서 보냈다. 한달의 강행군에 몸이 지칠법도 하건만 그는 따라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쉴새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인권을 보장하라” 매주 화요일 청계천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가득 메우는 소리다. 지난 한 달간 그도 이 구호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습·폭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라고 설명했다. 이런 피켓시위들이 잦다보니 자연스레 ‘깡’도 세졌다. 화요캠페인·전자주민카드 반대 등 시위 때마다 ‘이런거 하면 안된다’며 밀어내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내게 된 것도 인턴하며 배운 그의 자산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화요캠페인으로 정유진씨의 생활엔 작은 변화도 생겼다. 바로 스타벅스에서 커피 사먹지 않기. 미국기업인 스타벅스가 벌어들인 돈의 일부는 이스라엘의 ‘국방비’명목으로 원조가 되는데 이스라엘이 그 돈으로 미국의 무기와 미사일을 사기 때문이란다. 그는 “내가 낸 커피값이 결과적으로 사람을 죽이는데 쓰인다니 끔찍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그의 인턴생활에 인권공부도 빠질 수 없다. 이슬람 시민들의 인권과 문화·이주 노동자의 삶에 대한 특강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도 자주 참석했다.
그는 요즘 학내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인권동아리 만들기. 그는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세미나와 토론을 준비 중이다. “인권에 관심 있으신 이화인 여러분 일단 한번 연락 주시라니깐요∼” 3월, 그의 인권동아리 창단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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