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디자인 제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이결. 섬유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제품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 이결 디자이너들의 목표다. 이결 디자이너 추연실(섬유예술·05졸)씨는 스카프를 응용한 조끼 3장을 만들어 매장에서 전시·판매했다. 매장 반응이 좋아 다양한 조끼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오는 22일(수) 개인전을 연다. 개인전 제목은 ‘One & Only’. 하나하나의 동그라미가 모여 유일한 작품을 이룬다는 것이 그 속에 담긴 의미다.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그의 제작일지를 들여다봤다.

◆조끼가 탄생하는 과정
추연실씨의 개인작업실.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각종 천조각이며 실, 미완성 작품이 가득하다. 집에서 초안을 짜고 작업한 후, 이곳에서 재봉 및 수정을 한다. 추연실씨 조끼의 기본 모티브는 원. 추상적인 분위기가 강한 그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크고 작은 원의 곡선이 겹쳐져 있다. 곡선으로 자른 원단의 가장자리 혹은 원을 가로질러 실을 지그재그로 박음질한다. 이 때는 원과 같은 색, 표현하고 싶은 색의 실을 합쳐 사용한다. 조끼의 앞판에 크고 작은 원을 시침핀으로 고정하고 앞·뒤판을 연결해 재봉을 마친다. 작품에 따라 원과 원을 서로 연결해 주름을 만들면 입체감이 살아난다. 천을 자르고, 박음질하고 디자인하고 주름까지 만드는 이 작업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는 꼼꼼한 작업이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들인 시간은 꼬박 3일.
◆디자이너가 모델이 되다
추연실씨는 “제가 만든 옷이니까 직접 입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카메라 앞에 모델로 섰다. 이는 개인전 리플렛에 들어갈 사진이다. 처음에는 검은색 목폴라 위에 같은 색의 조끼를 입어 그 느낌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즉석 제안으로 몸에 붙는 살색 타이즈를 입고 촬영에 임했다. 결과는 성공, 패션모델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멋진 사진이 나왔다. 이결 디자이너들과 교수들은 이 사진을 리플렛 뿐 아니라 매장에도 직접 진열하기로 결정했다.
◆마무리도 꼼꼼하게
리플렛에 들어갈 문구 하나를 정하는 일에도 세심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타이틀을 적는 것부터 경력사항까지 모든 것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작은 안내장처럼 보여도 디자이너들에겐 그것도 또 하나의 작품인 것. 섬유를 통해 우리 생활을 아름답게 하겠다는 이결의 목표를 담아 ‘Art to Wear’라는 제목도 새겼다. 몇 번이나 수정을 반복한 끝에 나온 리플렛 초안,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문구를 위해 추연실씨는 다시 볼펜 끝을 곱씹는다.

개인전 준비에 바빠 원단을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는 그는 회의가 끝나면 다시 작업실에 가서 작품을 마무리해야 한단다. 단순한 기성복 이미지에서 벗어나 예술과 생활을 접목시킨 옷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추연실씨의 바람이다. “처음부터 완성하는 순간까지 이 옷을 입을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그의 이런 마음가짐 덕택에 그의 조끼는 옷인지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개인전이 열리는 22일(수)∼28일(화), 인사동 쌈지길 이결 매장에서 더 많은 ‘작품’들과의 만남을 기대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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