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최는 이제까지 겨우 3번의 제작과 3번의 밤샘마감을 겪었다. 그러나 앞으로 제작해야 할 수십 번의 제작과 마감을 생각한 미스 최는 지금 암담하다 못해 담담한 지경이다. 미스 최는 수습주제에 고민과 한숨도 더 많아졌다. 그런 증상은 일주일 전부터 더 심해진 것이다. 일주일 전에 미스 최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직은 학보사에 적응하기에도 정신없는 미스 최에게 탑 기사와 고발기사는 버거웠다. 여태껏 브리핑과 인터뷰 기사정도를 맡아온 미스 최에겐 새로운 난관이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특히 그는 고발기사를 취재할 때 따라오는 취재원들의 냉대와 알 수 없는 자기방어태세에 심히 놀랐다. 학교의 각 부서는 미스 최의 질문을 회피하며 이리저리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과정 중에 한 취재원으로부터 근거 없는 모욕을 겪었고, 그 일은 소심한 미스 최에겐 두고두고 한숨과 고민거리가 되었다.­물론 그 모욕은 일급비밀이다.

  미스 최의 친한 친구는 별것 아닌 일로 심각하다며 그저 웃어넘겨 버리란다. 하지만 처음에 미스 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나를 낮춰야 하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스 최는 자신을 낮춘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해도 참아야 할 때도 있고, 아니꼽지만 나를 낮춰야 할 때도 있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순히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 한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요즘 미스 최는 자신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생‘기자’가 아닌 학생이었을 때는 일절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에 익숙해지며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그 같았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일들을, 올해의 미스 최는 오히려 맞서 전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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