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대학보에는 수습일기 코너가 있다. 그러나 막상 수습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글은 없는 것 같아 소개와 나의 소감을 덧붙여 볼까 한다.

  마치 책의 머릿글처럼. 수습기자: 학보사에 들어온 처음 6개월을 수습기간으로, 그동안의 기자를 수습기자라 칭한다. 우리는 줄여서 수습이라고 통칭한다.

  첫째, 수습은 1, 2면 보도기사를 쓴다. 학보사 내에는 대학취재부, 사진부, 테마기획부, 문화부 등 7개 부서가 있다. 그 중 수습기자는 대학취재부에 소속되어 한 학기를 보낸다. 대학취재부는 이화여대 안의 소식을 다루는 부서다. 때문에 가장 독자들이 많이 읽는 1, 2면의 기사를 담당하게 된다. 3번의 마감을 겪었을 뿐이지만 벌써 학교를 보는 눈이 달라짐을 느낀다. 지나가는 모든 이화인들이 취재 대상으로 보이고, 자보가 붙으면 눈이 휘둥그래져서 달려가 읽게 된다. 학내 곳곳을 취재원으로 느끼는 병세를 보인다. 본관 앞 장터 행사를 볼 때도 친구들은 메뉴를 둘러보지만 수습인 나는 주최 측이 누구인지, 어떤 취지로 행사를 여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둘째, 수습은 매주 치열한 기사 역분을 한다. 매주 월요일 각자 취재해 온 꺼리들을 제출한다. 그러면 부장이 그것들을 간추려 기사화 할 내용들을 선별한다. 그 후 20여 개의 기사목록을 가지고 수습기자들끼리 분배한다. 이 역할분담을 줄여서 역분이라고 한다. 매우 치열하다. 예민한 기사거리도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도 있고 남들보다 학내 정보를 더 빨리 알 수 있는 취재 기사도 있다. 여기서 어떻게 고르느냐가 취재 및 기사작성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늘 치열하다. 우리는 매주 한번 골라먹는 재미(?)를 느낀다.

  셋째, 수습은 게시판꺼리를 찾아온다. 수습은 게시판이라는 지면을 담당한다. 게시판은 말 그대로 학내 동아리나 공연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게시판꺼리를 찾기 위해 학내 포스터는 다 뒤진다. 간혹 포스터 앞에서 수첩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거든 수습인지 먼저 의심하라.

  넷째, 수습은 기름을 넣고, 전화도 받는다. 수습은 온풍기에 기름이 떨어지면 기름을 넣어야 한다. 이 기름통은 여간 무거운 것이 아닌데, 자꾸 하다보니 기름통을 번쩍들어 콸콸 쏟아지게 넣는 법을 터득했다. 전화가 울리면 달려가서 “네 이대학보사입니다~”를 상냥하게 외친다. 가끔 집에서 전화가 울릴 때 달려가 이대학보를 외친 적도 있다.

  다섯째, 수습은 ‘수습일기’를 쓴다. 우리 77기는 6명이다. 매주 두 명씩 써야 하기 때문에 3번에 한번 꼴로 일기를 써야한다. 우리기는 사람이 적은 관계로 1학기 동안 4번의 수습일기를 쓰게 됐다. 그래도 싫지 않은 걸 보면 수습일기는 학보에서 가장 쉬운 글쓰기가 아닐까?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습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애달프고 힘들지만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은 수습의 특권이 아닐까. 수습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는 수습기자의 일상 공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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