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 문제의식 묶는 전초작업
오리엔테이션, 문제의식 묶는 전초작업
  • 이대학보
  • 승인 1991.0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제언
제도교육의 틀을 깨고 대학사회를 처음 접하는 신입생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지식인의 역할과 대학의 위치에 대한 고민의 싹을 제공받는다.

또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재학생들에게 지난 생활을 재점검하고 새롭게 한 학기를 맞을 것을 요구하는 장이기도 하다.

즉,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란 신입생들에게는 기존의 가치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그들이 학생회의 주인,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묶어 세우는 장이 되는 것이며 재학생들에게는 기존 생활의 반성과 학생회에 대한 소속감을 쇄신, 더욱 고민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서 중요하게 자리매김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내에서는 이렇게 「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는 오리엔테이션이 일회적 행사위주로만 진행됨으로써 지속적인 고민의 심화와 실천을 담아내는 기폭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 총학생회가 마련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교조로 눈을 뜬 신입생이 입학후 한 명의 운동가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그린, 「한소리」와 총연극회의 공동공연과 신입생들의 풍물·합창 발표, 그리고 영화패「누에」의 소형영화 상영, 대동놀이 등으로 구성되었던 대강당 행사와 몇권의 자료집 배포 등으로 찾아 보아질 수 있다.

소수의 신입생들이, 「과」별 결합이 아니라 개별적으로만 참여한 가운데 2시간여만에 끝나던 기존의 오리엔테이션 모습은, 신입생의 능동적인 태도와 공동체감 형성, 그로부터 비롯되는 학생회 강화 등,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바들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는 여러 오류들을 그대로 보여주어 왔다.

신입생들의 이해·요구와 의식 상태에 대한 사전파악, 선·후배간의 진지한 문제의식 공유, 이후의 발전적 대안마련, 이 어느 하나없이 오직 문제의식만을 던져주는 기존의 형식 속에서 과연 몇명의 신입생이 고민의 근거를 제공받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필요를 느끼고 실천을 계획하게 될지는 의심스럽기만 하다.

또한 신입생 스스로가 자신을 학생회의 당당한 주인으로 자각하게 될 가능성 역시도 희박해질 뿐인 것이다.

타교의 사례를 살펴볼 때 서강대의 경우는 사전에 실시된 신입생 의식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2박 3일의 합숙 일정을 마련, 신입생의 90%가 참여한 가운데 설악산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을 이미 마친 상태이다.

TV방송국이 제작한 비디오물과 방송국제작의 카세트테잎 등 다양한 매체가 동원되어 대학내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서강대의 특징적 모습이었는데, 특히 「신입생일기」,「신입생 십계명」 등의 프로그램은 신입생들이 갈등하는 모습과 공동체 내에서 부딪치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헤비메탈에서 노래극에 이르기까지의 각 동아리공연을 통해 신입생들에게, 다양함 속에서도 관통되는 통일된 가치관을 인식시킨 점 역시 서강대의 큰 성과물의 하나였다.

연세대의 경우에는 직영사업에 관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열어 학원자주화에 대한 신입생의 이해를 도모한 것이 특징적이었으며 한양대의 경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누어진 분임 및 조별모임을 예비학회로 구성, 개강까지 지속적으로 이끌어 학생회 강화에 주력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런 타 대학의 상황을 살펴 볼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단지 하루동안의 즐거운 행사일 수만은 없는, 한 해 학생회 사업의 가장 주된 부분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본교내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들의 명확한 문제의식과 실천에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의 고민이 현재 시급하다.

신입생 스스로 꾸며내는 그들의 창작극, 선배와 과 특성 및 장래에 대해 나누는 대화시간, 여러 매체를 통해 현실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사전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역시도 필수적이다.

덧붙여 여대로서 여성문제인식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의 장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학생의 의식이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학생회관·사회관의 재정립, 자기 고민의 심화속에서 그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준비가 철저했을 때만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진정 모두를 위한 튼튼한 도약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