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연구소의 초기 모습을 만날 수 있는 4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도예 교육에 막 눈을 뜨던 시기였다. 본교 역시 이런 시대 상황에 발맞춰 도예연구소를 만들게 됐다. 강석영 도예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직접 도예 실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때만 해도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 드물어 본교 도자기실은 외부에 알려질 만큼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했다고 강 소장은 강조했다.

특히 2003년 타계한 황종구 교수는 초기 도예연구소의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그는 도예연구소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청자 연구’를 시작했다. 청자 연구란 전통 청자를 시대적인 요구·유행에 따라 재해석해 현대 도자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강 소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 청자를 연구했다는 점이 황종구 교수의 가장 큰 업적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도예연구소가 청자 연구만 하는 곳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코발트(청색을 내는 화학물) 등을 이용해 유색유(유약의 한 종류) 도자기를 연구했다. 또 2003년 말 이화 브랜드 사업 중 하나인 ‘이맘(E-MOMM)’이 탄생하면서 청자 도기와 백자 절식기(1년 24절기 때 쓰이는 그릇)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도예연구소가 만드는 도자기는 시대·유행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져왔다.

흙덩어리가 매끈한 몸매의 도자기로 탄생하는 과정도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제토 작업(돌을 깨뜨려 가루로 만든 뒤 흙을 풀어 배합하는 과정)’을 할 때 수작업이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믹서기를 이용해 단숨에 해결한다. 또 천천히 장작, 경유 등으로 불을 때던 이전 가마는 도자기를 꺼내는 데만 1주일이 걸렸지만, 80년대 ‘가스가마’를 도입한 후 이틀이면 완성된다. 강 소장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도 연구소 시설을 보고 놀란다”며 우리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작은 씨앗에서 나무로 변했다”는 강 소장의 표현이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도예연구소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도예연구소가 처음 세워졌을 땐 음악대학 보일러실 옆에서 도자기를 구웠다. 하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750평으로, 여주·이천의 도자기 공장, 타대학 도예연구소 보다 그 규모가 크다.

도예연구소는 2007년 ‘이맘’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강석영 연구소장은 ‘이맘’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며 “도예연구소는 학생들을 위해 세워진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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