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신촌민자역사 앞에 관광버스가 하나 둘 들어서고, 버스 안에서 외국인들이 내린다. 중국어·일본어·말레이시아어 등 제각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무리는 ‘찾고 싶은 거리’를 향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졌을 이 광경은 이젠 이대를 앞의 자연스런 모습이 돼버렸다. 1997년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과 2002년 월드컵 성공으로 한국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대 앞도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 현재 서대문구 관광안내소를 방문해 정보를 얻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25명 정도. 이곳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상수씨는 “중국·일본·영어권 외국인 순으로 이대 앞을 관광하러 많이 온다”며 “성수기에는 1천500여 명에 이르는 외국인들이 이대 앞을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본교 앞을 찾는 이유에 대해 정진옥 한국관광공사 투어카운슬러는 “동남아 관광객들이나 20·30대 일본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위해 이대 앞·신촌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는다”며 “한국 대학 캠퍼스를 탐방하고자 이대 앞 정보를 찾는 분들도 계신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실상 본교를 구경하기보다는 단순히 쇼핑하기 위해 이대 앞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만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여행사 담당자는 “대학교 같은 곳은 단체관광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관광객들도 캠퍼스 방문보다는 쇼핑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서울 관광 프로그램도 신촌·이대 일대를 쇼핑을 하며 자유 시간을 갖는 것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 출판되는 서울 관광 가이드북 「ソウル」(「서울」)은 이 지역을 ‘명문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구성된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표현하며, 찾고 싶은 거리는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덧붙여 ‘여성복·액세서리 상품이 주를 이루며, 가격은 동대문보다 조금 비싸지만 최신 유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고 설명한다.

외국인들이 쇼핑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하지만 학교 앞 상인들은 이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토하고 있다. 헤어 액세서리 전문점 Indah의 홍선애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구경하러 오지만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차링전(柴玲珍)씨는 “중국어 간판이 거의 없어 불편하고, 가격도 중국에 비해 너무 비싸 구경만 다닌다”고 전했다.  

어느새 이대 앞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대학가가 아닌, ‘상업화’ 된 거리로 그들의 이목을 끌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의 교육환경권을 침해하면서도 관광객·상인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이대 앞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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