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가 되고 3번째 마감. 드디어 내게도 ‘대기획’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야심차게 준비한 기사는 ‘박물관 기획’이다. 이제껏 썼던 기사 중에 가장 말랑말랑한 내용이고 길이도 제일 길다. 하지만 수습·정기자 13번의 제작을 통틀어 이번 만큼 컨택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처음이다. 아무리 연락이 안되도 2∼3번이면 충분했는데. 정확히 11번만에 컨택 성공. 그 컨택 푸념기 한번 풀어 볼까.  

일단 컨택부터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화기를 잡았다. 그리고 수많은 학보사 성원들의 손끝에 시달려 노랗게 변해버린 전화번호부를 펼쳤다. ‘박물관 3152’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취재원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말해주는 이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학예연구원 계시냐는 물음에 안 계신다는 야속한 목소리만 돌아온다.

 컨택에 포기란 없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전화하고 또 전화한다. 상대방도 처음에는 친절한 목소리로 “30분 뒤에 전화하세요”라고 말한다. “예, 30분 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라며 끊고 30분을 마냥 할 일 없이 보낸다. 30분 경과. 또 자리에 없다는 메아리가 수차례 돌아왔을 때 시계를 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컨택만 7시간째. 다시 전화하면 그 때는 정말 어금니 꽉 깨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하는 사람도, 전화받는 사람도 얼굴을 붉히게 되는 상황. “죄송합니다. 들어오시면 꼭 전해주세요”라고 먼저 말해 버리면 그만이다. 뭐 어찌되었든 연락이 아쉬운 건 나니까.

 문화부 기사는 대체로 민감한 사안도 없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도 취재원들이 호의적이지 않을 때가 더 많은건 어찌된 일일까. 심지어 ‘내 목소리가 짜증스러운갗라며 의심하고 있던 나를 깨우는 소리. 띠리링. 취재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묻는 부장님의 문자. 취재는 커녕 컨택도 못했는데. 부장님께 문자 보낼 면목이 없다. 그럴 땐 문자 5줄이 모자랄 만큼 빼곡히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낼 수밖에. ‘부장님, 죄송해요’

 기자는 왜 취재를 할 때 약자가 되야 하는 걸까. 예민한 문제든 아니든 전화를 하다보면 머리를 조아리며 받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전화를 끊을 때는 앞으로 꾸벅 인사하며 마무리하는 센스. 처음에는 예의를 갖춘다고 시작한 일들이 굴욕감마저 느끼게 한다. 띠리링. 허탈감에 빠져 있는 나를 또 한번 깨우는 문자. ‘연구원 선생님 오셨어요’ 으하하.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부장님께 문자 보내야지. ‘부장님, 저 컨택 됐어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