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에서 쓸모 있는 학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문학은 책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려야한다”

본교 인문과학대학(인문대) 교수들은 이 같은 생각으로 2001년 ‘인문학의 정보화를 위한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해 디지털시대의 인문학 연구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 모임은 김도훈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최성만 교수(독어독문학 전공) 등 본교 인문대의 영문학·불문학·독문학·한국학·일본학·중문학 교수 6인이 중심이 돼 ‘인문전산학 연구모임(Humanist Computing Research Group, HCRG)’으로 발전했다. HCRG는 현재 본교 내에 디지털인문학센터(Center for Digital Humanities)를 설립, 시범운영 중이며 사이트(www.hcrg.org)도 꾸리고 있다.

이와 같은 꾸준한 노력의 결과, 본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의 디지털인문학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HCRG는 본교 교수들 외에도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타대 교육공학 전공 교수와 전속 컴퓨터 프로그래머·디자이너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학술진흥재단의 대학교육과정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인문학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인문학 강의 세 분야를 공동 개발했다. 디지털인문학I·II는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디지털 기술교육에 중점을 두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디지털인문학I(인문학과 컴퓨터 기술의 활용)에서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프로세서 등을 통해 인문학을 위한 자료검색·처리와 컴퓨터 글쓰기를 익히고 ▷디지털인문학II(인문학과 웹 저작 기술의 활용)에서 포토샵·사진촬영·동영상 제작과 HTML·FTP 등 웹 페이지를 만들 때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디지털인문학III(문화의 이해)은 영국·프랑스·독일·중국·일본·한국 총 6개국의 문화를 배우는 독립된 과목들로서, 학생들이 전 단계에서 배운 디지털 기술들을 프로젝트에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들 과목은 정보통신기술의 성과를 인문학의 연구·교육에 적용하여 인문학연구의 범위·폭 확대와 효율성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디지털인문학 과목들은 본교에서 작년 1학기부터 인문영역교양으로 개설됐고, 앞으로 더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 학관에는 디지털인문학 전용 강의실(301호)·디지털인문학센터(303­1호)·멀티미디어 시사실(303­2호)이 위치해있다.

 

 디지털인문학이란

디지털인문학은 정보화 사회에 발맞춰 인문학에도 디지털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 학문의 목표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교수·학생들이 컴퓨터를 연구와 교육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인 ‘가독력(Literacy)’의 개념이 정보기술 매체를 활용하는 능력인 ‘컴퓨터 언어 구사력(Computer Literacy)’으로 변하고 있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일부 인문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며 디지털 인문학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인문학적인 정보를 웹 페이지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박찬길 교수는 “우리나라는 IT 강국이지만 그동안 콘텐츠를 어떻게 산업화시킬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었지 인문학과 정보기술을 접목하는데는 관심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디지털인문학은 정보화 사회 속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본교 조지형 교수(사학 전공)도「인문학의 ‘위기’와 디지털인문학」(2000)이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정보화는 인문학의 변화에 공헌하고 있으며 인문학은 정보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상호발전론을 펼친바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