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환경이 달라지면 교육방법도 달라져야지요. 수업시간에 디카로 칠판을 찍고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학생들이 바로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인문학에 디지털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본교 박찬길 교수(영어영문학 전공)의 말이다. ‘디지털인문학: 웹을 이용한 문화연구’라는 과목을 통해 이화인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는 그를 28일(화) 인문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 디지털인문학: 웹을 이용한 문화연구’는 무엇인가

본교 교수들이 주축이 된 ‘인문전산학 연구모임(Humanist Computing Research Group, HCRG)’에서 개발한 교과목이다. 이 과목은 세 단계로 나뉘는 디지털인문학 과목 중 디지털인문학III(문화의 이해)에 포함된다.
이번 학기에는 송영빈 교수(인문과학 전공)가 일본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2학기에는 내가 영국 문화에 대해 수업할 예정이다. 이것이 발전되면 1학기에는 한국·중국·일본의 문화, 2학기에는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의 문화와 디지털을 접목하는 강의를 개설할 계획이다. ­

 

- ‘디지털인문학: 웹을 이용한 문화연구’의 수업 방식은

수업은 디지털인문학 전용 강의실(학관 301호)에서 토론과 실습으로 이뤄진다.
교수는 특정 교과서 대신 여러 형식과 성격을 지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수업을 이끈다. 예를 들어 전자강의안으로 영국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학생들은 ‘영국의 결혼제도’와 같은 세부 주제를 골라 웹 페이지를 만드는 식이다. 이때 교수가 제시하는 전자강의안은 웹 페이지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적·기술적 시범이다.
시험 방식도 색다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리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시)’가 시험 주제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소네트와 관련된 책·그림·음악 등의 자료를 미리 준비해, 각종 디지털 장비가 갖춰진 시험 장소에서 제한시간 내에 웹 페이지를 꾸며 제출하게 된다. ­

 - 이 수업의 장점은

수업에서 교수의 위치는 학생들과 동등하다. 교수는 단지 조금 앞자리에 앉아있을 뿐 같은 위치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교수가 그물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고기는 학생들 스스로 잡아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를 노는 도구로 생각하는데 디지털인문학을 통해 컴퓨터를 교육적·연구적·인문학적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컴퓨터는 사고를 자극시키고 촉발시킬 수 있는 훌륭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복사기·컴퓨터가 없던 시대에 더 치열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했다는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인터넷이 깊이 있는 사유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방에서도 세계를 볼 수 있게 하고 세계와 더불어 사유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00년부터 영어와 시사·문화연구·영미역사와 문화 등의 이름으로 디지털인문학 시범 강의를 해오다가 작년 2학기에 본격적으로 강의를 개설했다. 그런데 강의계획안을 영어로 올려놨더니 학생들이 영어강의인줄 알았는지 폐강되고 말았다. 디지털인문학 관련 수업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는 유용한 수업이다. 다음 학기,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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