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처럼 관람객 앞에서 멋지게 전시품을 설명해보고 싶다면 본교 박물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박물관은 매 학기마다 ‘도슨트(docent)’라고 불리는 전시설명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이들은 방학 중 교육을 받은 후, 학기 중에 박물관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며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도슨트 교육은 2월15일(수)∼28일(화) 본교 박물관 강당과 전시관에서 이뤄졌다.

코앞에 닥친 개관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상설전시관에 2월27일(월), 열댓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지난번 교육 시간에 배웠던 유물 설명을 바탕으로 전시 안내를 실습하러 나온 예비 도슨트들이다.

“지금부터 볼 전시는 ‘조선시대의 살림집’입니다. 요즘 사극 드라마와 영화들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죠? 그 작품들 속의 배경을 떠올리면서 조선시대의 유물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큐레이터가 꿈이라는 이정은(사회·4)씨는 이렇게 운을 뗐다. 사랑채 가구에 대해 설명을 하는 이정은씨의 손에는 필기한 흔적이 빼곡한 설명자료집이 들려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안주희(중문·4)씨. 여름과 겨울 가구의 소재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주는 말투가 또박또박하고 차분해서 설명이 귀에 쏙 들어왔다. “문방사우 아시죠?”라며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는 노련함도 풍긴다.

알고보니 안주희씨는 다른 미술관에서도 도슨트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그는 본교 박물관의 도슨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여느 미술관의 겉핥기식 교육에 비해, 우리 박물관은 매일 수준 높은 특강을 듣는 기분이에요”라며 만족해했다.

실제로 본교 박물관의 도슨트 커리큘럼은 매우 구체적이고 폭넓게 이뤄져 있다. 학생들은 처음 4일간 학예연구원들에게 이대 박물관의 역사와 기능·큐레이터의 업무·소장품의 수집과 관리 등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그 후엔 전시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공부하며 전시 안내를 실습한다. 도슨트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박물관에 견학을 가기도 한다.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사실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진로탐색을 위해 도슨트에 지원했다는 정유진(회화판화·3)씨는 “전시가 어떻게 기획되는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라며 웃었다.

이날 실습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유진씨가 베틀·홍두깨 등을 보며 입을거리와 먹을거리 장만을 위한 여성들의 작업도구를 설명하자, 박미연 학예연구원이 와서 그의 태도를 평가했다. “목소리 성량이 참 좋네요. 하지만 걸을 때는 당당하게 걸어야 해요. 설명하는 대상을 가리킬 때도 손으로 정확하게 지시해 줍시다.” 학예연구원의 지적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지금 박물관에 가면, 관람객을 맞이할 열정을 가득 안은 채 언제나 대기 중인 그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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