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아낌없이 물려줘야죠"

"후배는 주체적인 문화를 꽃 피울께요"

지금까지 이화문화를 만들어온 선배, 앞으로 이화 문화를 이끌어갈 후배. 이들이 바라는 이화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선후배가 마주앉아 이화의 문화에 대해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이화이언)’ 시작의 주축이 된 원동희(언론정보·02년졸)씨와 중앙동아리 ‘새날을 여는 철학회’ 송진희(건축·2)씨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학문화

송진희(송): 이렇게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오늘 선배님과 대학문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뻐요. 평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철학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솔직히 제가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가진건지 몰라도 대학생이 되면 책 속에 파묻혀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며 생활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고, 그게 대학문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 대학생활과 환상은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은 대학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동희(원): 먼저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즘 사회에서 문화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같죠. 대학문화는 이미 존재하는 것에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에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화되는 것이죠. 제가 신입생일 때와 4학년일 때만 비교해봐도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거든요.
송: 예전엔 대학생의 필수이자 상징이었던 문학·철학 같은 것이 대학생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저희 동아리도 예전처럼 인원수가 많지 않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약간 걱정이 된답니다.
원: 그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듯해요. 한국은 인터넷 문화가 빠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더 부각되는 것일 뿐이구요. 전반적으로 책을 읽는 문화가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학이나 철학은 뒤늦게라도 필요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철학에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을 테니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개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화, 그리고 이화문화

송: 이화여대에는 이미 규정지어진 특징과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회에 진출한 선배님이 바라볼 때도 그런가요?
원: 사실 있긴 하죠. 사람마다 알고 있는 이화의 모습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년 전과 지금의 이화가 다르듯이 앞으로도 달라지겠지만요. 예전에는 첫 미팅은 꼭 이대생과 해야한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이대생은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하느라 만나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작은 사례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일부분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 정말 시험기간엔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처음 새내기배움터에서 친구가 선배에게 ‘이화여대에는 혼자 밥먹는 학생들이 많다던데 정말인가요?’란 질문을 했는데 학교에 와보니 진짜 그런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뭐든 혼자 잘 해내는 것도 특징인 것 같아요.
원: 여자들끼리 있으니까 ‘우리가 못하는 일’이란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무거운 것이 있어도 해줄 사람을 찾는 대신 알아서 다 옮기는 것처럼 말이죠.
송: 요즘 이화의 문화라고 하면 이화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선배님이 학교에 다니실 때는 이화사랑이 없었으니 주로 어디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원: 제가 1학년 때는 학생문화관도 공사중이었고, 아름뜰이나 이화사랑도 없었답니다. 주로 가정관 식당이나 학관 휴게실을 이용했어요. 그래서 매점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주로 먹었지요. 이화사랑의 김밥을 먹어보니 참 맛있던데, 요즘 후배들이 부러워요.

◆이화문화가 나아갈 방향

송: 선배님이 학교를 다니신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과 다른 점이 많네요. 그렇다면 재학중이셨을 때 경험했던 이화의 문화 중 앞으로 지속됐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원: 축제 때 하는 장터를 꼽고 싶어요. 처음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선배들과 함께 음식도 만들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초대해봐야 참여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거든요. 학부제 때문에 1학년 학생을 챙겨주는 선배가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송: 저도 지난 학기에 장터를 했는데, 그 덕분에 선배·동기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메뉴가 비슷하다보니 더 효율적인 장터 운영을 위해서 고민도 했고요. 이런 것들이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원: 저는 학부제 1기여서 과 선배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 아쉬움 때문에 다른 친구 두 명과 함께 ‘이화이언’을 만들게 됐답니다. 더 나은 대학문화를 위해서는 선배가 후배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후배들한테 알려주는 정보 전달이 활발해져야하죠. 동아리 내에서도 좋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좋아요. 또 자신이 대학생활에서 어떤 불만이 생겼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 점을 바꿀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보세요. 문제를 고치는 것 자체가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송: 저는 이화 뿐 아니라 대학 고유문화 자체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화와의 차이점은 남학생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진지함이 사라진 대학문화는 빛이 바래버린 느낌이에요. 앞으로 이화문화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원: 대학문화는 학생들의 문화인만큼 일단 학생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지요. 등록금 투쟁도 좋지만 그것은 ‘언제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닐 때도 등록금 투쟁은 있었거든요. 하지만 등록금에만 몰두하고 실질적인 복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곤란해요. 학생회는 의의는 크지만 참여율은 낮은 일을 해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거든요. 좀더 학생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요. 사회는 바뀌고 있는데 학생회의 사고방식은 진보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송: 선배님 말씀이 대학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제게도 자상한 선배가 있어 대학생활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스스로 용기를 내서 해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 동안 주체적인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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