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생명과학 전공) 인터뷰

▲ 최재천 교수 [주은진기자]
개미·까치를 연구하는 세계적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생명과학 전공)가 본교에 새 보금자리를 텄다.

지난 11년간 서울대에 재직했던 최 교수가 이번 학기부터 본교에 석좌교수로 부임한 것. 최 교수는 본교를 ‘큰 생물학’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이화에 첫 발을 내디뎠다. 큰 생물학이란 수십년 간 하나의 생물에 끈질게 매달려 연구하는 전통생물학을 말한다. 최 교수는 개미 연구 13년에 논문 1편, 까치 연구 9년에 논문을 1편 발표하는 등 그동안 ‘크고 느린’ 연구를 진행해온 바 있다.

낯선 터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 교수를 15일(수), 자연사박물관장실에서 만났다.

 

- 서울대를 떠나 본교로 부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모교와 정든 동료 교수들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대는 내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큰 생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환경이 열악했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동물분류학의 거장 김훈수, 노분조 교수가 몸담았던 큰 생물학의 전통이 있는 학교다. 분자생명과학과 더불어 전통생물학을 탄탄하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학교의 의지가 강해 이화를 선택했다.

- 이번 학기 이화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요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한창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장을 맡게 돼서 박물관일도 배우며 학내에 세울 ‘장기생태학연구소’ 설립도 진행하고 있다. 또 학교와 ‘에코 과학부(가칭)’라는 대학원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생태계를 관찰하고 싶은데 어느 과에 가야하냐”는 학생들의 메일을 그동안 수없이 받아 왔다. 이런 학생들이 와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만들어 전통생물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싶다. 많은 학생들의 호응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런저런 일이 많아 이번 학기에 수업은 하지 않지만 다음 학기부터 전공·교양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 주력하고 있는 분야인 ‘큰 생물학’에 대해 소개한다면

생물학은 ‘작은 생물학(Micro Biology)’과 ‘큰 생물학(Macro Biology)’으로 나뉜다. 작은 생물학은 세포, DNA, RNA 순으로 생명체를 잘게 쪼개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반면 큰 생물학은 생물의 개체군·분류·생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학, 뇌 작용과 심리를 연구하는 뇌 과학,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논하는 생태학으로 이뤄져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이라는 포유동물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했다. 쪼개고 또 쪼개서 이제 유전자 정보까지 모두 알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인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는가. 부분을 끼워 맞춘다고 전체가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생물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물학은 98:2 정도로 작은 생물학인 유전자와 줄기세포 연구에에 너무 집중돼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맑은 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하는 ‘삶의 질’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큰 생물학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의 질에 대한 연구로 모아지는 학문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 전망은 밝다.

 - 이화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21세기 여성들은 싫든 좋든 삶의 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를 대비해 여성들은 모든 것을 다 갖춘 후 준비된 사람이 되어 사회에 나가야 할 것이다. 내 강의는 서울대에서도 150명으로 시작했다가 40명이 남는 강의로 유명했다. 전공보다 더 많이 공부를 시키니까 학생들이 다 도망가더라. 앞으로 각오하고 수업에 들어와서 함께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다. ‘준비된’ 여성이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기대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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