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초기 나는 사진부 언니들의 디카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부러움의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사진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일명 ‘바둑이네’를 오고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마감인 금요일에는 세 번 왕복은 기본이었다. 물론 막판에는 필름카메라의 색감에 반해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지만 처음에는 ‘내 카메라도 디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나에게 정기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디카가 생겼다. 하지만 새끈한 카메라 바디에 심취하기도 전, 나는 큰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찍는 대로 바로 볼 수 있는 디카의 장점이 나에게는 심한 압박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나는 분명 이제껏 찍던 대로 찍었는데 필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맨 처음 디카와 함께 위풍당당 멘토멘티 취재를 갔다. 처음 디카 사용법을 들어보니 필름카메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고, 약간의 자신감까지 생겼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찍히는 사진들은 정말 ‘대략난감’이었다. 이것이 정녕 내가 찍은 것이란 말인가. 인물 사진의 생명은 인물의 표정 포착이다. 그런데 표정 포착은 둘째 치더라도 스트로보도 제대로 안 터졌고, 그나마 찍힌 인물 사진에서도 건질만한 것이 없었다. 스트로보 탓으로 돌리기엔 내 능력이 심히 부족했다. 이건 모두 내가 디카를 만만히 본 탓이다. 그 취재가 있은 후로 매뉴얼을 붙잡고 밤낮을 고민했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찰칵! 찰칵!

겨우겨우 인물사진 찍는 법을 숙지한 나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맛집 취재를 가 가게 주인이 내놓은 맛좋은 음식들을 찍는데… “아니 이건 또 뭐야!!” 맛집 사진의 생명은 먹음직스러움인데, 나의 사진은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맛없어 보였다. 수습시절 맛집 취재 몇 번 가봤다고 또 사진을 만만히 본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는 서서히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사진을 못찍어...못찍는다구!’ 부장언니께 사진을 보이기가 민망했다.

정기자가 된 나에게 더 이상 ‘처음이라 하는 실수’란 없다. 다른 친구들이 정기자가 된 후 처음 접하는 기획기사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좋은 사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법. 앞으로 책도 많이 보고 실제로 많이 찍어보면서 디카를 나의 좋은 친구로 만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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