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 89% , 남성에 대한 차별 있다고 생각해

대학생 김현민군은 요즘 말 못할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만만찮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문제. 여자친구가 더치페이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행여 능력 없는 남자로 보일까 무리가 되더라도 계산을 자처하곤 한다.

이는 2003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남성 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성 역차별’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례로 꼽힌 내용을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58.9%가 ‘남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요즘 대학가에서는 ‘남성차별’에 대한 남학생들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대다수의 남학생이 공감하는 남성차별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평등한 비용 부담. 학생 신분이라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데이트나 학교·동아리 행사 등에서 ‘당연히 남자가 내겠지’라는 생각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성균관대 김동근(의학·2)씨는 “남자들도 일상 생활에서 성차별을 받지만 소심하거나 치사해 보일까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평소에는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소개팅에서 계산할 때나 궂은 일을 할 때는 불평등을 묵인하는 모습에서 이중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성민우회가 만 20세 이상 남녀 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차별드러내기·가족차별버리기’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남학생들이 느끼는 성차별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한 남학생은 ‘여성이니까 적당히 넘어가거나 오히려 보호받는 것’에서, 또 다른 응답자는 ‘국방의 의무가 남성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에서 차별을 느낀다고 답했다. 신체적 차이를 고려해 여성은 육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방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남자가 왜 우냐?”,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라는 말도 남성들은 차별이라고 답했다.

상당수의 이화인들 역시 남성도 성차별을 받는다는 것에 동감한다. 본사가 13일(월)∼14일(화) 학부생과 대학원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느정도 그렇다’혹은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9명이었다. 본인이 남성에 대한 성차별 의식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는 11명이 ‘그렇다’, 67명이 ‘무의식적으로 그런 면이 있다’고 밝혔다. ‘별로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22명이었다.

김세란(언정·2)씨는 “여성들이 ‘이건 내가 성차별 받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남성에게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남녀가 받는 차별의 정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여성들을 비난하기 보다 성차별적 의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학생들은 학내 제도나 시설 문제에서도 남성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2004년 2학기부터 정식으로 생리공결제를 실시하고 있는 동아대는 시범실시를 하던 그 해 1학기, 남학생들이 남성차별이라며 생리 공결제을 반대하면서 학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한양대 역시 지난 학기 총여학생회가 생리공결제를 공약화하고 중앙도서관의 여학생 전용 열람실이 확대되면서‘남성차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남학생들의 성차별 문제 제기에 대해 본교 허라금 교수(여성학 전공)는 “여성의 성차별이 많이 드러나다 보니 남성들도 자신들에게 불평등하게 보이는 현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많은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우회 손봉희 활동가는 제도적으로 역차별이라고 문제시되는 것은 “여성과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존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고정관념들이 흔들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박선화(사생·4)씨는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안된다”는 말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차별의 피해자로 여겨지던 여성들. 이들이 성차별의 가해자가 된 적은 없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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