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여성학센터 네번째 신여성기획세미나

“한류 붐의 원동력은 ‘순애(純愛)’이며, 구체적인 예로 ‘겨울연가를 꼽을 수 있다”

동경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칸 사토코 교수(일문학 전공)는 13일(월)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열린 세미나 ‘한류 붐의 배경­일본의 연애 사정·메이지부터 헤이세이까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칸 교수는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한 일본 한류 붐의 배경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중고년층 여성들을 휩쓴 연애의 화두가 순애라며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에 순애가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순애란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는 한결같은 사랑’ 또는 ‘세속적이지 않은 남녀의 관계’를 뜻한다.

 일본 한류 열풍으로 스타 덤에 올라선 욘사마(배용준). 칸 교수는 일본인들이 처음부터 욘사마에게 열광한 것은 아니라고 소개했다. 처음 일본 시청자들은 순애를 표현하는 대표적 남성상인 ‘겨울연가 속 ‘준상’이란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겨울연가 속 ‘준상’과 ‘유진’의 아름다운 고교시절 사랑도 일본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의 근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이 1·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던 소요와 시대(1926~1989)에는 연애가 터부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었다. 칸 교수는 “여성들이 연애를 하면 ‘음란한 짓’으로 여겨졌을 정도”라며 특히 전쟁 중에 하는 연애는 발칙한 행동으로 치부됐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인들은 소설·만화 속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남녀공학’의 모습을 보며 연애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이런 까닭에 현재의 일본인들은 ‘겨울연가에 나오는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보며 그 시대를 떠올리는 것이다.

순애가 요즘 시대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라고 설명한 그는 “이 현상이 크게 나타났던 80년대는 페미니즘이 대두해 여성들이 사회에 대해 주체적인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시대”라고 말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선 ‘커리어 우먼’을 닮고자 하는 유행이 불었고, 이런 여성 캐릭터가 반영된 드라마·영화 등이 많이 나타났다. 이에 칸 교수는 “못난 남성이 경제적, 외적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순정을 다바치는 당시 영화 속 모습이 ‘순애 붐’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칸 교수는 한류 드라마가 보여주는 순애와 일본인이 생각하는 순애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에서 순애 붐의 계기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은 자칫 포르노라고 생각될 정도로 성적 묘사가 넘친다”며 이는 일본인들이 성적인 행동과 순애를 따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칸 교수는 ‘겨울 연가의 인기는 순애 외에도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가족애·짙은 인간관계이며 현대 일본인들이 잊고 살았던 것이기도 하다. 그는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어우러져 일본인의 잃어버린 감성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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