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총학개표현장 답사기
나의 총학개표현장 답사기
  • 주은진 기자
  • 승인 2005.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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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이 하는 것 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듯 선거도 투표보다는 개표가 중요하다. 38대 총학선거는 세 선본이 출마해 어느 때보다 열띤 선거 운동 경쟁을 보여 일찍 찾아 온 겨울추위도 잊게 했다. 선거운동 2주 내내 고생한 결과가 나오던 역사적인 순간. 영광스럽게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있었다.

-11월24일 목요일 PM 8:30 (개표장으로 gogo! gogo!!)
학문관 지하에 마련된 개표장에는 대선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개표현황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예솔이는 실시간 보도를 위해 노트북을 점검했고, 나는 자랑스럽게 들고 온 10롤의 필름을 꺼내 들었다.(중간에 디카로 바꿔서 괜히 들고 간 꼴이 됐지만…) 이어 세 선본이 들어서면서 개표장은 ‘화기애매’한 공간으로 변했다.

-11월24일 목요일 PM 9:05 (드디어 개표 시작)
간호대 투표함을 개봉하면서 드디어 개표를 시작했다. 그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중운위들의 첫 개표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시작은 다행히 순조로웠다. 드디어 현황표에 수치가 적히기 시작했다. 아∼ 왜 내가 떨리지?

-11월24일 목요일 PM 9:40 (공대 투표 문제 발생)
순조롭게 진행되던 개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무효표가 무려 102표나?? 기표도구를 헷갈리게 배치해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도장을 거꾸로 찍어 하마터면 그 많은 표가 무효표가 될 뻔 했다. 다행히 중운위에 회의 끝에 대부분이 유효표로 인정 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열띤 토론을 펼치는 중운위의 모습에 개표장은 숙연해졌다. 나는 그 숙연함 속에서 스토로보를 떨어뜨리는 사고를 쳤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 쿵!하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11월24일 목요일 PM 11:00 (슬슬 졸린다)
처음에는 금방 끝날 것 같더니 학생이 많은 단대의 개표가 진행되면서 중운위와 이를 지켜보는 모두가 슬슬 지쳐가기 시작한다. 눈꺼풀은 이미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졌다. 졸린다....zzz (그러나 언니들이 사 주신 간식은 맛났다고!!!)

-11월25일 금요일 AM 12:00 (개표 중반부..)
이제 절반 정도 남았다. 조금만 힘내자. 서서히 지쳐가지만 무효표를 선별하는 그녀들의 눈은 여전히 예리했다. 서서히 38대 총학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지금 저 선본들은 2주간의 크고 작았던 선거운동들이 하나씩 생각나겠지? 그나저나 예솔인 업데이트는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네.

-11월25일 금요일 AM 2:30 (2006년 이화살림을 책임질 총학 탄생하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은 ‘화이팅이화’가 2006년 이화살림꾼이 됐다. 이화인의 약 40%의 지지를 받고 당당히 당선된 화이팅이화. 그들이 내놓은 공약과 정책을 믿고 던진 한 표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1년 살림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게...(더불어 이화여라·Double U에게는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11월25일 금요일 AM 3:40 (총학 당선 공고)
1시간 가량의 재검이 끝나고 모든 개표는 마무리됐다. 개표하느라 지문닳을 뻔한 중운위들과 선거결과에 예의주시한 세 선본, 이화인들에게 실시간 투표실황을 알려준 예솔이, 지친 우리를 응원해주신 학보사 언니들에게 수고했다는 말 전하고 싶다. 그리고 졸린 눈을 비비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 찍은 나에게도.

 

이렇게 기나긴 선거기간이 모두 끝났다. 앞으로 어떤 1년이 펼쳐질지는 의문이지만 ‘화이팅이화’가 처음 가진 이 마음 잊지말고 이화의 1년 잘 꾸려 나가길 빈다. 그리고 이제 수습딱지를 떼고 정기자가 되는 나도 처음 학보사기자가 됐을 때의 그 마음 변치 않고 열심히 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