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새벽 2시 5분을 넘긴 이 시각... 마지막 제작을 위해 저는 맥 앞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참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 첫 발간 호인 1270호의 탑사진은 ESCC가 들어설 공사 부지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저는 학교의 높은 건물과 외부 건물들을 다 훑은 것 같군요.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저는 실루엣 좋은 섹시한 사진만을 찍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가짐이 8번 제작까지 계속 갔던 것 같네요. 세상속으로를 찍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주 꺼리를 고민하면서 무엇이 진정한 세상속으로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기자이지만 전 그 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네요. 무엇을 찍어야 할 지, 무엇을 이야기 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꺼리 찾기 부터 어떠한 장면을 찍을 지 지금도 미궁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교수님이 말하시더군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처음에는 사진은 공부보다 감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으면 찍을 수록 감각보다는 공부라는 말을 요새야 실감합니다. 다음 학기 멋지고 작품적이고 철학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이번 겨울 방학을 제대로 보내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진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사진들은 실루엣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 철학적인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는 참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원래 학보사를 하면 아프다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심하게 아파본 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 내과·외과·안과·이빈후과·치과 등등.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로 온갖 병원을 다 다녔습니다. 태어나서 수술이란 것도 처음 해보고 살을 꿰매보기도 해봤습니다. 지금도 저의 상태가 완전히 호전된 것은 아니지만 초반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네요.

왜 그렇게 몸이 아팠는지 생각해보면 일종의 내면적 성찰을 위한 신이 내려준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프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진정한 이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분명 예전의 보다 많이 성숙해진 제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 틀린 것은 아니네요. 학보사가 비록 지금은 온 육체의 살을 찢는 고통을 가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제가 성장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이번 학기는 참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제게 너무 소중한 한 친구가 너무 힘이 들어하네요.

첫 제작부터 마지막 제작까지… 그 친구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울고 웃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제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네요. 제가 학보사에서 얻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 친구입니다. 사진을 같이 고민하고, 제가 많이 아파할 때 같이 걱정해준 그 친구 말입니다. 이번 학기 그 친구가 없었다면 전 무척 힘들어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힘이 들 때 그 친구는 제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비록 그 친구가 잘못을 했더라도 딱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기적인 저를 위해 제게서 그 친구를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이제는 제가 그 친구의 손을 꽉 잡아주겠습니다. 이번 학기는 참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먼 훗날, 이 이야기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부 정기자, 마지막 못다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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