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ns are better at listening than at talking’

핀란드로 오기 전, 핀란드 대사관과 학교 측에서 보내온 핀란드 관련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말이다. 일명 ‘Finnish Silence’. 자신들은 ‘unnecessary small talk’는 피하며 ‘Silence is Gold’라고 어릴 때부터 배우고 자랐다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 사람들의 진심은 그렇지 않으므로 외국인들은 이런 핀란드 사람들의 침묵에 당황하지 말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늘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이런 내용을 보고는
‘말 걸었는데도 대답도 안 해주면 어쩌지?’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을 했었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Finnish Noise’ 수준이다.

무엇보다 핀란드어는 억양의 변화가 별로 없고 평서문이든 의문문이든 끝이 내려온다. 또 자음이 두 개씩 붙어서 단어를 만들어 된소리가 많고 전체적으로 톤이 낮다. 그래서 그런지 핀란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우리 나라 경상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싸우는 소리로 들린다.

핀란드 친구 Maria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핀란드 친구와 이야기 할 때마다 다른 미국 친구들이 싸우는 줄 알고 와서 괜찮은지 한마디씩 묻고 갔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심지어 시끄럽다고 생각해 보시라.

나의 핀란드 엄마인 Irma. Irma는 이곳 대학교에서 맺어준 ‘Friendship Family’ 자매가정의 50대 할머니(손자가 있으니 할머니 맞겠지?)다. 9월 초 Irma를 만났을 때 그의 첫 마디.
“Mitta Kuulu?(미따 꿀루?)”
영어로 ‘How are you?’ 인 이 핀란드 말, 들을 때 마다 물어보는 사람이 뭔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Irma의 가족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Irma의 어머니(갈 때마다 나를 소개해야 한다)와 남자친구인 Leio(50대에 남자친구라니 아직 익숙하지 않긴 하지만)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딸인 Tuija는 헝가리에서 결혼해 살고 있다고 했다.

Irma는 나를 처음 만난 날에도 정말 쉬지 않고 말했는데, 심지어 전 남편이 알코올 중독이어서 이혼을 했고 그 남편이 결국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했다. 4시간 정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데 10년 만에 말할 기회를 얻은 사람 같았다. 누가 ‘Finnish Silence’라고 했는지 원… 그래도 Irma와의 대화는 즐겁기라도 하다. 첫만남에서 이런 가정사까지 술술 늘어놓는 할머니이니 흥미로운 화제거리는 널리고 널린 셈.

그러나 수업 시간은 그 반대다. 특히 ‘Intercultural Communications Skills’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시간에는 Discussion이 주가 되는 과목이다. 첫 수업 시작 전 강사가 ‘Finnish Silence’이기 때문에 외국 학생들 이외에 핀란드 학생들도 참여를 많이 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호호호. 이처럼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들이 또 있나...

수업 시간 내내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이야기를 하는데 지난 토요일 수업은 9시 30분에 시작해서 3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중간에 점심 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난 완전 녹초가 돼서 그날 집에 와서 그 다음 날 아침까지 아무 말도 안 했던 것 같다.

정말 요즘 같은 심정으로는 이곳이 핀란드가 맞긴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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