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1985년 6월 5일 오전11시47분에 태어난 한마리의 소가 있었지요. 오전11시47분은 점심시간 직전! 바로 막판 스퍼트를 내어 밭을 갈 때잖아요. 농부는 소의 고삐를 놓지 않고 쟁기질을 시키죠. 결국 불쌍한 우리의 소는 6월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며 겸허이 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음메~」

이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저라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에요. 그런 이유로 저는 지독히 일복이 많아(같은 기의 ‘공’모 양은 일의 40%는 제 자신이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맡은 기사는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마냥 슉­-슉­-부풀어 오르며,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취재원을 줄기차게 만나야하는 일도 다반사지요. 물론 ‘삽질’은 저와 깊은 우정을 나눈지 오래고요.

저는 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일컬어 이른바 ‘대마왕이 안배한 길’이라고 부르지요. 그럴만도 한것이 저는 고등학교 때도 이와 유사한 일을 했었거든요. 앞으로 1년 6개월(헉!) 간의 학보사 생활을 해야하고요. 게다가 이제부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과 대면하게되겠죠. 수습이 제일 힘든거아니냐고요? Oh∼No! 수습­정기자­차장­부장으로 올라갈 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 몇 년간 축적된 아주 신빙성있는 자료에 의거, 입증되었답니다.(믿거나 말거나)

그치만 앞으로 얼마나 힘들어지든간에, 요즘에 대마왕이 안배한 길은 정말로 험난하기 짝이없어요. 뭐랄까, ‘너 한번 당해봐라’라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고요. 특히 이번주 1278호 제작은 정말로 최고조에 이르렀답니다. 5번을 스트레이트로 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탓에 취재도, 마음도, 몸도, 모두 다 힘들었어요. 입 속으로‘이번만 넘기면 마지막 제작이야. 어떻게든 견뎌보자구’라는 말을 수십번이나 되내여야만 했지요.

네, 네. ‘겸허히 운명을 받아들이겠어요’라고 말한 주제에 투정이 심했네요. 저는 6월 대낮에 태어난 소이니까 그 운명에 이러쿵저러쿵 딴지를 걸어선 안되겠죠. 그렇지만 뜨거운 여름 날, 한 낮에 쏟아붓는 한줄기 소나기를 기다리는 건 괜찮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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