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낡아 빠진 누런 팬티를 자신만의 보루라 말한다. 첫 관계를 완벽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영악한 십계명을 외우기도 한다. 위선적인 아버지를 과감하게 질타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

악랄하고 발칙한 그녀들을 이 시대의 주인공으로 올려놓으며 소설의 통념을 뒤흔든 정이현과의 인터뷰. 짧은 미니스커트에 짙은 화장을 상상하는가? 그의 말투와 외모는 절대 도발적이지 않다. “그저 반문하고 싶었다”는 자유분방한 문제의식과 상큼한 단발머리가 잘 어울릴 뿐이다.

독신주의자거나 사랑에 크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을 거라는 기자의 상상도 빗나갔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면서도 연인사이를 가장 아름다운 관계라 말하고, 사랑을 너무 믿지 말라면서도 낭만적인 연애를 꿈꾼다. 소설 속 여성들의 위장술만큼이나 아이러니한 정이현만의 사랑관이다.

발랄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그의 작품세계는 예민한 탄생과정을 거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예민해지는 것이다. “어제 막 제주도에서 올라왔어요” 보통 작가들이 그렇듯 일상에선 글을 쓸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법칙 덕분에 작품에 들어갈 때면 어디론가 떠난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정이현식 메세지를 이화인들에게 보낸다. 첫째, 20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 둘째, 계획없는 인생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 셋째, 시행착오와 혼란은 찬란한 인생의 필수조건. 그야말로 Be ambit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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