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취재부 정기자다. 이 때문에 학내 취재는 언제나 나와 혜린이 몫이다. 학내 취재라 함은 학교의 각 기관과 학생들을 상대하며 이화 내 사안을 다루는 것이다.

이번주 취재는 내년 이화인의 대표가 될 총학 선본들의 인터뷰였다. 세 선본은 각각 특성이 너무도 뚜렷했다. 이번 선거는 어느 후보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구도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세 선본에 느낀점을 쓴다면(다분히 주관적이다) 아래와 같다.

1. 화이팅이화

화이팅 이화와의 인터뷰는 참 편안했다. 두 후보가 농담도 던지면서 엄한 분위기를 누그려뜨려줬기 대문이다. 가끔 말이 딴 길로 새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인터뷰는 저녁이었다. 아침부터 선거 운동을 하느라 피곤했겠다는 말에 부후보는 “하나도 안힘들어요. 매일매일 너무 신나고 즐거워요”라며 정말 신난 듯 흥분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공약은 너무 당연하고 내세울 필요성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총학의 기본 역할을 어떤 공약보다 크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화이언에서는 ‘화이팅이화에는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이들도 부·복수 학생들을 위한 최대이수 학점 확대와 졸업학점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이화인들이 반길만한 복지사안에 대한 공약이 있다.

눈에 보이는 달콤한 공약을 내세우기보다 보다 이화의 근본부터 제대로 세우겠다는 ‘총학생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은 자칫하면 학생들이 쉽게 읽고 넘길 공약을 다른 공약보다 강조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들은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됐을 때 복지의 혜택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후보는 36대 총학 ‘Hub! Herb 이화’의 연대사업국장 출신이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36대 때의 경험을 언급하였는데, 36대 총학에 대해 지나치게 호의적이기만 한 것 같아 아쉬웠다. 36대 총학이 열심히 한 것은 이화인 누구도 인정하겠지만 ‘보이는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도 들린다. ‘리플렛도 늦게 나왔고, 자보도 늦게 붙었다’·‘선거운동을 잘 안하는 것 같은데 동아리 연합회장출신이라 동아리인들을 믿는건가?’ 그러나 36대 총학 ‘Hub! Herb 이화’의 연장이라면 앞으로의 선거 운동이 활발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선거 전까지 그들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2.W 더블유.

인상이 좋은 선본이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지어 나도 기분이 좋았다. 화이팅 이화에 패기가 있고, 이화여라에 프로패셔널이 있다면 더블유에는 침착함이 있다. 특히 정후보가 이번 선거 전에 이화 100년사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졌다는 것은 인상깊었다.

매달 이화데이를 만들어 이화인들의 자부심을 키워주겠다는 발상은 귀엽고도 기대되는 것이었다. 또 공사세대인 나도 끌릴만한 ‘공사세대 권리찾기’공약은 많은 이화인들의 공감을 얻는 모양이었다. 이화드림에서 각 분야의 국장을 맡았던 두 후보에게 조금은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37대 총학생회를 평가한다면’ 물론 공약의 90% 이상이 실현됐다는 면을 말하긴 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해 강경하게 학교에 대항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은 곳이지만 미흡했던 것을 인정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잘 해보겠다는 의지가 좋아보였다. 그러나 취재 도중 그들이 등록금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은 말이되지 않는다”며 반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잠깐 달콤하게 들릴질 모른다. 그러나 공사 등으로 인해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지 않다면, 지금 등록금이 합당하다는 것인가? 이 질문을 그들에게 던졌을 때, 물론 그들은 합당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습권 침해에 대한 불이익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등록금의 원래 액수가 합당치 않은데 인상률에 대한 이야기만 논하는 것은 밑 뚫린 항아리를 바꾸기보다 새는 곳을 막기에 급급한 것과 같다. 이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힘쓰겠다는 w의 선거 전 활동을 기대해 본다.

3. 이화여라

채플 4학기제를 내놓으며 이화인들의 이목을 확실히 끌고 있는 이화여라. 성의있는 선본이었다. 인터뷰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단정히 차려입은 모습이 앞에서 말했듯 ‘프로페셔널’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선본들 중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해서 준비된 질문외에 많은 것을 물어보지 못해 아쉽다. 그들은 대외적으로 ‘이화’를 자랑스러운 궤도로 올려놓기를 가장 바라는 것 같다. 인터뷰 도중에 “이화인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이화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한 것을 보면 말이다.

실제로 이들의 지금까지 활동도 충분히 대외적이다. 유관순 동상 건립을 목표로 설립한 ‘이구동성’활동은 메이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졌다. 이번 출마도 W와 더불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에서 출마한 선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약을 보면 크게 두가지가 있다. 이월적립금의 이자만으로도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다는 것. 타당하다. 채플을 1시간으로 늘리고 4학기로 바꾸겠다는 것.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1시간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 공약이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가 하는데 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들은 명확한 자료를 준비해서 학교에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이화여라의 선거 전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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