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따뜻해”
최근 일주일간 듣는 매일 아침인사. 그리고 또 한마디 이어진다.
“참 이상하지?”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다고 하는 올해 겨울 날씨. 영상을 겨우 넘긴 2~3도의 이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 거라고 아침마다 이러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지금쯤 영하 10도는 됐어야 한단다. 지금 나는 지구 온난화가 무지 감사할 뿐이다.

핀란드의 겨울은 길고도 길다. 일년의 반은 겨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쪽 어느 곳은 일년의 반이 여름이듯이. 사실 핀란드에 오기 전에 겨울 날씨가 무엇보다 걱정이었다. 자~ 핀란드가 어디에 붙었는지 모르시는 분은 지도부터 펼쳐보시라.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러시아와 스웨덴이라는 강국 사이에 끼어있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보이시는가? 나는 핀란드를 찾기도 전에 핀란드 위에 대륙자체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핀란드 위가 바로 북극해인 것이다. 만년설 안에서 아기공룡 둘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바로 그 북극. 그렇다면 핀란드는 얼마나 춥단 말일까.
 ‘어차피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 평생 그런데 한번 가보겠어?’
이게 내가 핀란드로 용감히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은 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긴 어둠과 흐린 날씨가 아닐까 싶다. 요즘 이곳은 오전 10시쯤 해가 떠서 오후 4시쯤 해가 진다. 다음 달이면 하루에 3시간 정도만 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해를 볼 수 있는 날도 많지 않아, 대부분 흐린 날씨거나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찔끔찔끔 온다. 햇빛까페가 있는 나라. 자살률과 우울증 환자 비율이 높은 나라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위를 기다린다. 비 대신 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한 국민들이다.

“날씨도 좋은데, 놀러가자”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길에 들리는 불가리아에서 온 아니(Annie)의 목소리. 햇빛이 조금 얼굴을 비추는 어제보단 화창하다. 하지만 2~3도를 조금 웃도는, 여전히 내게는 추운 날씨다.
“한국에서 이 날씨면 사람들 밖에 안 나갚
라고 대꾸하자 이 정도면 뛰어 놀아도 된다며 웃는다.

영상을 겨우 넘긴 날씨, 햇빛 한줄기에 감사하며 나들이를 가는 이곳은 바로 핀란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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