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박정하 교수(철학 전공)

-­과거 대학시절과 현재 대학생들을 비교한다면

▲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
과거에 비해 응용학문은 크게 강화된 반면, 기초학문은 위축됐다. 철학은 2천5백년이라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전공이 사라지는 등의 불안한 위치에 놓여있다. 인문학 교수의 수가 충분치 않아 시도할 수 있는 학문의 분야가 좁아지면서 전체적인 기초학문의 위상도 줄어든 것이다. 이는 응용학문과 대조된 모습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아카데미즘이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학문의 명분을 중요시 했고 기초학문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았다. 이른바 응용학문이라 불리는 법학·경영학·공학 등도 모두 기초 학문에 근거했다.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경쟁 분위기가 심해졌지만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날로 팽배해가는 기업정신과 상업교육으로 인해 현 대학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다. 응용학문은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성립할 수 있다. 기초학문이 위축되면 모든 학문의 뿌리는 사라지게 된다.

-­대학시절에 요구되는 학문탐구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초학문의 소양을 쌓아야 한다. 전공을 탄탄히 해야 하는 대학생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의학을 배우기에 앞서 생물학을 숙지하고 법학을 공부하기에 앞서 사회학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대학에서 보다 온전한 기초학문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시기에 풍부한 정서 함양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단계적인 학습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학문은 청소년 시기에 완성하지 못하고 미뤄뒀던 교육을 하는 듯하다.

­-철학에서의 학문의 변화는

학문의 성격은 모두 달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철학으로 범위를 좁혀 살펴볼 수 있다. 동양에서의 학문은 인격완성을 뜻한다. 여기서 인격완성이란 성인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수양과 인내다. 반면 근대 서양에서 발생한 학문은 실용성을 강조한다. 동·서양의 구분에 앞서, 시대의 흐름이 초래한 변화다.

고대의 경우 학문은 지식이 아닌 지혜였다. 올바르게 사는 것, 즉 문제해결이라는 실증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근대는 이론이 중심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 베이컨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지식이 중심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지식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학문은 인간의 문제와 다소 떨어져 탐구되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학문에 대한 가치가 송두리째 바뀌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므로 인간 삶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학문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선회하는 것이다.
학문의 변화가 가능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시대의 참된 진리와 학문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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