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과 취재원사이
인맥과 취재원사이
  • 김정은 기자
  • 승인 2005.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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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예비 수습기자 시절,
기사 트레이닝 과정에서 선배기자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지금은 퇴임하고 다른 공기를 마시며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을 그 선배)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인터뷰 내용뿐만이 아니라
인생얘기, 경험, 생각 등 다른 소소한 얘기들도 나누기 마련이다.
(사실 이런 것 때문에 내가 유난히 인터뷰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 선배,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며 그동안 모은 명함을 보여줬다.
묵직한 명함집.

 그 순간 내 마음은
무언가 신난다는 것을 넘어선, 가슴떨리는 설렘같은 것.
아 나도 저만큼의 사람들을 만나고 저만큼의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
저렇게 많은 사람들과 내가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이구나.

 나는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은 테마기획부 소속이고
운좋게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취재도 많았다.
그 덕택에 2년간의 학보사 임기 중 3분의 1정도인 지금,
대학교 2학년생 치고는 꽤나 많은 명함을 받았다.

정식 수습기자가 되면서 받은 작은 명함집은 이미 채우고
새로 커다란 명함집을 사야겠다 마음먹을 만큼.
그러나 내가 지금 그 명함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그 때 선배의 명함들을 보면서 느낀 설렘이 아니다.

취재했던 사람들과
다시 연락하고 또 가깝게 지내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마주쳤을 때 인사라도 나누는 사이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인 듯 싶다.
가끔 캠퍼스에서 나에게 항의하던 취재원들을 만나면
그냥 표정변화 없이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아는척을 할 수도, 반가워 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의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것이 좋을지.

"정은씨 우리카페 홍보위원을 좀 해줄 수 있을까?"
"우리 조 부총무를 정은씨가 맡아줘요"
이런 연락을 받을 때,
내 시간과 내 상황과 내 능력에 벅차는 부탁을 받을 땐
참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나는 아직 공부도 해야하고 학보사 일도 해야하고
친구도 만나야하고
내 미래, 앞으로의 삶도 설계해야하는데
아직 나 스스로도 추스리지 못한 상태에서
인맥을 관리한답시고 더 중요한 것들에 소홀해 질 수는 없지 않을까.

 인맥은 친분관계로 시작해서
서로가 노력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단다.
(3주동안 취재한 '인맥'기획으로 배운 것)
그러나 내가 필요로 했던 취재원들이,
그리고 나의 '학생기자' 신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나의 진짜 인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