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배가 채워졌을 무렵 심각한 토론이 진행될 줄이야…힘들게 짓이겨진 나의 사과들이 들어있는 애플파이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캐나다에서 온 론이 유추에게
“Chinese도 이런 애플파이를 자주 만들어 먹니? ”
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갑자기 어색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난 유추가 못 들었나 싶어 내가 다시 전달할 마음에 론의 말을 말해주려던 순간 유추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Chinese는 잘 모르겠는데, Taiwanese는 잘 만들어 먹는 편은 아니야 ”
라고 말이다.

그렇다. 그녀는 그녀의 자랑스러운 대만이 조국인, ‘Taiwanese’였다. 론은 사과했고, 분위기가 어색하게 변하나 했는데 자연스럽게 대만 독립 문제로 초점이 맞춰졌다. 유추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는 날이 온다면 대만이 자연스럽게 중국본토와 통일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면 대만이 중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봤다. 그런데 유추의 대답은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는데,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고, 하더라도 대만이 중국을 흡수할 거야” 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보다 대만친구들의 정체성이 명확한 사실에 간담이 서늘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만히 듣고 있던 홍콩에서 온 링이 안 그래도 상기된 유추의 얼굴을 더욱 빨갛게 만들어 버리는 질문을 했다.


“이제는 대만이 어느 정도 잘 살게 됐는데도 당시 장개석이 가지고 간 본토의 자본은 왜 돌려주지 않는거야?”
라고 물었다.

이에 “그 돈은 당연히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돈이지 공산주의를 위해 쓰여질 것이 아니야”
라고 또 다른 대만친구 짜픈이 말했다. 그러자 링은 그래도 시민들의 돈이므로 이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분위기가 매우 심각해졌다. 나는 링이 홍콩에서 왔기 때문에 홍콩 독립문제를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링은 본토 출신이고 자신의 학교만 홍콩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들 사이에 매우 격렬한 토론이 있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거의 싸움이 나기 일보 직전에 다행히 론이 캐나다 퀘백의 독립문제에 대해서 말을 꺼냈고, 다니엘은 통일 후 독일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면서 주제가 바뀌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든 후에 결국 남한과 북한 문제로 넘어갔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이미 배가 다 꺼진 듯 했지만, 그래도 현재 남북한 상황과 북한 핵문제, 탈북자 호송 문제 등을 이야기했다. 이건 파티가 아니라 완전 세미나 수준이었다. 이래저래 힘들었던 파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한류 이야기가 나왔는데, 링은 가수 ‘Rain’을 제일 좋아했고, 유추는 ‘짱동근’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누구인지 알아들을 만 했는데, 문제는 짜픈이 좋아한다는 ‘송쯩식’이었다. 나는 한참의 생각 끝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가수 송창식을 말하는 건 줄 알고

“이야…송창식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니가 송창식까지 알다니 대만에 한류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고 말했다. 그런데 가수인 줄은 몰랐다고, 자기는 탤런트인줄만 알았다면서 가을동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알고 보니 현재 나라의 부름을 받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송승헌’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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