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YES Philosophy 세미나

Y(연세대)·E(이화여대)·S(서강대) 철학과 학생들의 모임 ‘YES Philosophy’가 제1회 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는 인문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철학을 강의실 밖으로 끌어내 폭넓은 의견을 교류하기 위함이다. 2일(수) 연세대 위당관에는 ‘사랑’이라는 범상치 않은 주제를 논하기 위해 철학과 학생들이 모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사랑의 관념을 영화 <클로저>의 주인공들로 범위를 좁혀 발표했다. 여기서 발표자 5명은 관계와 행위로 입장을 달리했다. 남녀 사이의 관계가 감정의 공유로 이어지는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한 김한결(철학·3)·우경진(철학·2)팀과 달리 이주연(철학·2)·제주희(철학·3)·지선하(철학·4)팀은 사랑 관계는 두 존재의 선택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저히 다른 두 관점에도 공통적인 전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소통이다. 발표자 지선하(철학·4)씨는 “사랑의 결실은 단지 ‘나+타인’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충분한 대화’”라고 말했다.

논쟁 형식으로 발표한 연세대 학생들은 사랑과 성(性)을 주제로 다섯 빛깔의 독특한 사랑관을 전개했다. 5명의 발표자는 서로 다른 색의 옷을 입고‘사랑은 과정이다(PINK)’·‘사랑, 그런 것은 없다(WHITE)’·‘사랑은 자유로운 구속이다(RED)’·‘사람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폭력(BLACK)’·‘사랑, 그 사람과 나를 소중하게 만드는 것(BLUE)’이라고 자신의 뚜렷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사랑이 ‘관계 속의 과정이냐’·‘자신의 감정을 투사한 것이냐’는 문제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분홍 빛깔의 사랑을 주장한 전현기(철학·1)씨는 “사랑의 감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과정 없이 감정만 존재하는 사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관계를 부정하고 ‘사랑은 없다’고 주장한 이강수(철학·3)씨의 사랑관은 논란이 됐다. 사랑의 대상은 그나마 나의 요구에 부흥하고 있는 내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형체, 즉 투사라는 것이다. 이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갚·“사랑이 단지 투사라면 지속될 수 없지 않는갚 등의 반론이 이어졌다.

성폭행도 사랑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 또한 뜨거웠다. 방향성을 지녔으므로 짝사랑도 사랑이라 말하는 전현기씨에 대해 BLACK 김샛별(철학·4)씨는 “무반응의 짝사랑이 사랑이라면 저항의 피드백이 있는 성폭행도 사랑이냐”며 반문했다. 이에 BLUE 한상호(철학·2)씨는 4급수의 물도 물이듯 성폭행 또한 4급수의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토론을 듣고 있던 우리 학교 장현정(철학·4)씨는 “성폭행과 사랑이 너무 관념적으로 다뤄져 피해자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필 「나의 길 나의 삶」으로 유명한 연세대 박이문 초빙 교수(철학 전공)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폐회사에서 학생들에게 찬사와 용기를 보냈다. “사랑이라는 주제 선정도 다분히 학생답고 신선했다”며, 철학의 시작은 가치판단에 앞서 사실을 분명히 정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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