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도구로 전락할 수 있어, 피상적인 인간관계 유발하기도

“인간관계가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는 배주희(법학·2)씨. 그는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필요성은 알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과 억지로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모든 이들이 ‘인맥’을 쌓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닌가 보다. 실제로 인맥은 긍정과 부정, 양면의 얼굴을 갖고있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인맥은 공적 영역의 문제를 사적인 입김으로 해결함에서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 장기적으로 연고주의는 집단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사회 발전의 동력을 약하게 한다. 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맥’이 변하는 만큼 그 이면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NQ로 살아라」(김영사, 2003)의 저자 동국대 김무곤 교수(신문방송학 전공)는 그의 저서에서 ‘이제는 학력이나 집안배경으로 인생이 판가름나는 시기는 지났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라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인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그 방법이나 목적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건전하게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네트워킹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것이 흐려지면 실리적인 것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사고가 인간관계 대입돼 관계의 색이 탁해지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함인희 교수(사회학 전공)는 “사람을 도구화해서 목적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감성보다 이해가 앞서는 관계가 늘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간관계가 피상적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 발전으로 온라인 상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과 직접 만날 기회도 줄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10·20대들 사이에서는 관리가 비교적 간편한 블로그·미니홈피 등을 이용한 디지털 인맥관리가 유행이다.

추지윤(독문·2)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미니홈피를 꾸준히 관리한다.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연락을 할 수 있고, 바빠서 잘 못 만나는 친구들과도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상으로만 맺어지는 인연은 달랐다. 그는 “원래 친분이 있는 경우는 미니홈피가 도움을 준다”며 “그러나 온라인 상으로만 알게된 사람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만남의 깊이가 얕고 연락이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온라인의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싫어 미니홈피나 블로그 관리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박현정(경제·2)씨는 형식적인 방명록이 부담스러워 미니홈피 관리에서 손을 뗐다. 그는 “방명록 관리를 하면 인사치레 상 답글을 달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의 것을 방문할 일도 생긴다”며 “만날 사람은 미니홈피가 없어도 만나게 되더라”고 말했다. 디지털 상 관계는 편리하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로 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함인희 교수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긴 한다”며 “하지만 관계의 본질을 되새길 수 있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