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캠퍼스를 둘러보자. 어떤 각도에서 어느 방향을 보든 그 안에는 나무가 있을 것이다. 산에 가지 않아도 수백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캠퍼스다.


이대학보사는 23일(일) 숲 보호활동을 하는 (사)청년숲 회원 국민대 손재진(산림자원·4), 임지혜(산림자원·3)씨와 이화녹색회 김수진(특교·2), 김지선(공학부·1)씨와 함께 캠퍼스 숲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잎에 물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가을의 절정을 예고하는 학생문화관 숲에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캠퍼스 숲의 재발견

▲ 청년숲 손재진씨
‘캠퍼스 숲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숲이 있으니까 공기도 좋고, 그늘 있으니까 그 아래서 책도 보고…” 일상적 삶에 스며든 숲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대학’에 방점 찍으면 그 의미가 새롭다. 청년의 숲 손재진씨는 “숲은 대학생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학습의욕도 높인다”며 “그리스 철학자들은 아카데미를 만들 때 꼭 숲이 있는 곳에 만들었다”고 말한다. 숲에 들어오면 동공이 확대된다고 한다. 뇌기능이 활발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녹색회 김수진씨는 지역사회 차원의 의미를 짚었다. “지역주민들이 많이 놀러와 운동이나 산책을 하며 숲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손재진씨 역시 “숲이 잘 조성돼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높아 지역주민들이 찾아오기 쉽다”고 거든다.


▲ 청년숲 임지혜씨
임지혜씨는 아예 우리나라를 범위로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학내 숲들은 개별적으로 작은 숲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범위로 놓고 보면 녹지를 형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것. 그는 “캠퍼스 내 숲을 연결하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녹지 지도를 그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숲의 이러한 기능들을 늘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지선씨는 “숲을 이용한다기 보다 즐기고 함께 한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인 듯 하다”고 말했다.


 

숲, 사라져간다
김지선씨의 말처럼 숲은 공기처럼 우리의 곁에 있어왔다. 하지만 항상 곁에 있던 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결핍감은 더 큰 법이다.


▲ 이화녹색회 김지선씨
기숙사에 살고 있다는 김지선씨. 이이화­삼성 캠퍼스 센터화(ESCC) 공사 전, 밤에 운동장 옆 숲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큰 소리로 노래부르는 낭만을 즐겼었다. 김지선씨는 “공사로 나무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공간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말한다.


ESCC 현장을 지나 아름뜰 앞 숲으로 토론장소를 옮겼다. 중앙 도서관으로 가는 고풍스런 계단과 가을 숲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임지혜씨는 “캠퍼스 내 숲의 비율이 준 것은 이대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민대 역시 운동장을 지하 주차장으로 만들고 잔디밭이 있는 노천극장도 없애 건물만으로 가득찬 캠퍼스가 돼가고 있다고 말한다. 손재진씨가 “대학도 하나의 기업이니 이익을 창출하려면 어쩔 수 없겠지만…”이라며 씁쓸하게 말을 흐린다.


환경친화적 캠퍼스를 원한다

▲ 이화녹색회 김수진 회장
그러나 그 이전에 대학생들은 숲 보호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라는 반성이 고개를 든다. 지난 여름방학 때 교보생명에서 연 숲체험캠프에 참가했다는 김수진씨는 “어린이들은 숲체험캠프에 많이 참여하는데 대학생들이 오히려 숲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손재진씨는 그 이유를 ‘취업과 생계 문제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취업 때문에, 막연하게 환경문제를 인식해도 시간과 노력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생이라는 것.


임지혜씨는 “경제가 더 우선하는 시대지만 대학생들이 환경이라는 장기적인 가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국민대의 ‘녹색캠퍼스’라는 수업을 소개했다. 국민대 옆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가서 나무 이름도 알아보고, 나무와 대화한 후 레포트도 쓴다고 한다. 임지혜씨는 “교수님들이 직접 환경에 대해 말하니 학생들도 쉽게 감화된다”며 교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수진씨는 “이화여대는 오래된 나무들도 많을 뿐 아니라 숲의 조성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며 “새 건물을지어 편리해지는 것도 좋지만 숲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학교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교수·학교 삼자간의 노력을 통해 녹색캠퍼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논의는 마무리됐다.


우리는 끊임없이 캠퍼스 숲의 수혜를 받고 있다. 인식하지 못했지만 숲이 사라진 후, 우리는 숲을 추억하지 않는가. 낙엽이 쌓인 숲을 보면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는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숲을 지킬 시간이다.

청년숲은...
숲을 거점으로 캠퍼스와 지역사회로 환경운동을 펼쳐나갈 청년들이 모인 단체다. 장애인들의 숲체험봉사·워크캠프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생명의 숲에 소속돼 있다. 청년의 숲 손재진(좌)·임지혜(우)씨.

이화 녹색회는...
식생활 바꾸기 운동·도룡농 살리기 운동 등 다양한 환경실천운동을 진행하는 이화인들의 모임이다. 한국 녹색회에 소속돼 있다. 이화 녹색회 김수진(좌)·김지선(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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