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특별한 수습기자다. 다른 기자에게는 없는 카메라라는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 매력에 빠진지는 얼마 안 됐고, 디카만
조금 다룰 줄 알았던 나에게 수동카메라는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차츰 순간포착의 짜릿함을 느꼈고, 흑백사진만의 매력도
느끼게 됐다. 나만의 공간인 냄새나는(?) 암실에서 사진이 탄생하는 순간 나는 황홀경에 빠진다. 그렇게 5번의 제작이 끝났다. 어느덧 내가 찍은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늘어났고, 슬슬 자신감도 생기고 있었다.
그런 자만심에 빠져 있던 나는 우연히 로버트 카파라는 기자를 알게 됐다. 그는 전쟁 종군 기자로 유명한 사진기자다. 그는 짧은 생애동안 5번의 전쟁에 참여해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기자다. 그는 베트남 전쟁 때 촬영을 하던 중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 그 후, 로버트 카파와 같은 투철한 기자정신을 일컬어 '카파이즘'이라고 하게 됐다고 한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 만약 당신이 찍은 사진이 썩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대상에 충분히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카파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보는 순간 카메라와 함께할 때마다 이를 되새겨야겠다는 느낌이 왔다. 그동안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대상엔 너무 무관심했다. 인터뷰 내용엔 관심도 없었고 웃는 장면을 끌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필름카메라의
특성상 많은 사진을 찍어야 좋은 장면을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 누군들 인터뷰 내내 정면에서 터지는 플래시가 기분이 좋을까. 이런 고민들
때문에 한번은 당시엔 그 사람의 이름도 모르다가 신문으로 확인했던 경우도 있었다. 대상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데 그 점을 생각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보다는 앞으로 찍을 사진이 더 많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카파이즘’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한 컷 한 컷에 노력하는 사진기자가 되려한다.
허나 나는 오늘도 사진기사 꺼리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고 있다. 교내가 너무 좁다는 불평과 재밌는 일이 없다는 불만만 앞서고 있다. 그보다 고민을 많이 못하는 내가 문제가 아닐까. 이번 주는 어떤 사진기사가 탄생할지 아직 미지수지만 어떤 사안이든 대상에 충분히 접근해서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런데 이번 주 사진 기사거리는 어디 숨어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