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보면 학교 곳곳 안가본 곳이 없다. 재학생이라도 이름만 들어봤을 뿐 위치는 모르는 그런 비밀의 장소까지도 말이다.

휴간 후 학내 생태에 관한 취재로 비밀의 장소 두 곳을 발견해 소개할까 한다. 일명 이화의 ‘비밀의 화원’.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장소가 일명 외진(?)곳에 있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가본 사람이 없으니 그 멋진곳이 입소문도 안탔다. 외진 그곳은 바로 북아현문 왼쪽의 온실과 약초원이다.

테니스장을 모르는 이화인이 많으니 북아현문 설명도 덧붙힌다. 북아현문은 기숙사가 보이는 길목에서 기숙사를 등지고 오른쪽으로 쭉 가면 된다. 가도 가도 안나온다고 이길이 아닌 것이 아닐까 걱정할 쯤이면 북아현문이 보이고 왼쪽에 온실과 약초원이 보인다.

온실을 먼저 살펴보자.
온실 본부를 기준으로 바로 앞쪽 중앙은 난방이 따뜻하게 된 비닐하우스가 있다. 그 안에서는 쌀쌀한 가을날씨를 잊게 해줄만큼 아늑한 봄날이다.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잎이 크고 녹음이 짙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마치 밀림에 들어온 기분이다. 추운날 밀림의 왕 타잔의 애인 제인이 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다만 밀림에도 한가지 규칙이 있다. 밀림의 공휴일, 바로 학교 행사날이다. 난방이 되는 비닐하우스 안의 나무들은 학교의 각종 행사의 손님맞이 전시용이 많다. 그래서 학교 행사가 열릴때면 일부는 행사장에서 손님맞는 일을 해 온실에 없는 경우가 많다.

왼쪽에는 태양열로 열을 유지시키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이곳에는 내년 3월, 교내 화단에 심어질 꽃의 새싹들이 약쪽 손을 펴고 파릇파릇 나있다.

맨 오른쪽에는 추위만 막아주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이곳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닐하우스다. 하우스 내 왼쪽에는 학내 화분들이 옹기종이 있다. 중앙에는 다양한 국화종류가 있다.
폭죽이 터지는 모양을 닮은 국화, 보라색과 흰색이 군대군대 섞인 국화 등 여러 국화를 볼 수 있다. 하우스 내 오른쪽에는 바로 오늘의 주인공 국화분재가 있다. 소나무 분재를 기억하는가. 그 소내무 대신 색색의 국화다발이 옹기종이 꺽이고 모여 분재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기자기한 발랄함과 우아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재다. 게다가 이 분재는 타학교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덕수궁에서 국화분재 방법을 배운 온실본부장 강일구씨표 국화다.

약초원은 온실보다 약간 기숙사와 가깝다.
약초원에는 250여종의 약초가 있다. 약초라하면 맛이 쓴 한약재 생각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맛은 쓸지라도 생김새는 단맛만 날 것 같아 보인다.

약초원은 수업 관찰용이기 때문에 소독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의 상태로 키워 약초들이 ‘야생’미를 풍긴다. 가을인 요즘은 한해살이 약초들의 씨받기는 볼 수 있지만 꽃이 다져 화려함보다는 녹음만을 볼 수 있다.

약초원의 봄과 여름은‘이렇게 예쁜 곳이 학교에?’할정도로 화사한 약초꽃밭을 연상케 한다. 간간이 오는 학생들은 5월 약초원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갈 정도다.

약초원에는 도라지, 더덕은 물론 변비에 탁원한 ‘대황’이라는 약초도 있다. 또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좋은 ‘박하’·‘아로마’등도 있다. 변비에 탁월하다고 해서 대황을 뜯어 가는 것은 금지지만 냄새를 맡는 것은 자유다.

비밀의 화원, 멀어도 그만큼 찾는이가 드물어 화초들이 생생히 살아숨쉬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학4년 동안 나만의, 당신만의 조용하고 향긋하고, 아름다운 아지트를 찾는다면 온실과 약초원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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