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들은 ‘그들만의 용어’를 사용한다.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맥락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이 용어들은 학보사 내에선 ‘생활의 중심’이 된지 오래다. 학보사 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100% 완전한 이해를 바라진 않지만, 통용되는 용어의 정리와 통일을 위해 사전을 편찬했음을 고백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고도로 집중해서 사전을 정독하도록 하자.   

◇빽[bback] 에디팅(editing)
과정을 이르는 단어. 취재기자인 수습들은 편집기자인 대학취재부 차장·부장·편집국장에 이르는 먼∼빽의 여정을 거친다. 오로지 필자의 생각인데, 아마도 그 어원은 돌려주다(back)가 아닐까 싶다. 이에 파생되는 단어로 빽키(빽을 주는 사람), 빽텀(빽을 받기 위해 취재기자가 기다리는 시간) 등이 있다. 

  

     ①빽키언니: 지현아~빽 받자!
       ②우리 앞으로 ‘빽텀’에 공부를 하는게 어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말야.

◇수습엄마[sooseop­umma]
학보사에 처음 들어와서 어리버리한 수습들을 돌보고 가르치기 위해 부장기에서 선출되는 사람. 그 이름도 민망한 ‘병아리교육(수습교육)’을 실시하며 수습들을 학보사에 적응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수습들을 집중 훈련하는 방학일정이 지나 제작을 시작하면, 서로 바빠 제대로 마주치기 힘들 수도 있다.

①수습들은 월요일 편집회의에 단 5분이라도 늦을 시, 수습엄마와 편집국장에게 필히 연락해야 한다.
   ②수습엄마∼ 저희 밥사주세요!

◇아코디언룸[accordionrum]
생활관 지하에 위치한 매점 바로 옆(보건소 앞)의 휴게실을 지칭하는 단어. 부채살모양으로 접었다 펴는 간이 칸막이로 휴게실과 복도를 구분한다. 이것 역시 필자의 생각인데 그 간이 칸막이 모양이 아코디언의 모양과 흡사해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99.9% 확신하고 있다.

평소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하는 장소이나, 이상하게 금요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의자들이 저절로 한데모이고 누군가들이 그 곳에서 수면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다.

  ①편집국장: 아코디언룸에서 잤던 사람! 의자 원위치 시켜놓으세요. 항의 들어옵니다!
   ②아코디언룸에 에이스침대는 안되더라도 라꾸라꾸라도 들여놨으면 좋겠어.

◇역분[yuk­bbun]
이것 역시 99.9% 확신하건데, 역분은‘역할분담’의 약자이다. 학보사에서 이 용어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로, 모든 기획·행사·제작에는 반드시 ‘역분’이 등장한다. 역분을 위해선 으레 많은 대화가 필요하기 마련이나, 간혹 시간에 떠밀려 역분한 경우에는 대부분 그 폐해가 드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①기사가 수합된 후, 기자들이 기사역분을 할 때 한 사람에 기사가 몰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②수습들은 정기자가 되기 전에 각 부서를 선택하는 역분 과정을 거친다.

◇굴리다[goolida]
타동사로 시중 사전에는 공을 굴리거나, 물건을 함부로 내버려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학보사에서는 보통 세미나, 기획, 회의 등을 그 목적어로 하여 무엇을 진행시키거나 추진할 때 사용한다. 동사의 무한한 활용성을 실감할 수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①그 기획은 다음에 가져가고 유동적으로 굴려서 녹이도록 하세요.
   ②합숙세미나 굴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해봅시다!

◇삽질[sabjil]
학보사에서도 시중의 의미와 비슷하게 쓰이는 희귀한 단어 중 하나이다. 시중에선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없거나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쓸모없는 짓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학보사에선 주로 취재와 한쌍으로 등장하는 단어이다. 한마디로 영양가 없이 고생만하는 취재를 하는 행위 자체, 일일이 발로 뛰는(그것도 퉁퉁 부르트게) 취재를 이르는 명사이다.

①삽질도 하는 기자만 자주 한다더라.(그런 기자는 이른바 삽질전문기자라 칭한다)
   ②나 또! 삽질했어. 기사 방향이 180도 회전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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