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마감 때면 항상 이용하던 식당에서 늘 먹던 음식을 시켰다. 그런데 반찬이 왠지 다르다. 항상 있던 김치가 없다. 대신 오이무침이 김치의 공백을 채운다. 요즘 한창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치파동을 새삼 실감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중국산 수입김치 업체 여러 곳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국산 배추 가격이 치솟았고 열무, 양배추 등 대체 김치재료가 불티나게 팔렸다. 실제로 홈 플러스의 경우 1일(토)∼24일(월) 열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7% 늘어났다. 이는 식품 안전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수치다.

불량 만두 파동·중국산 납 꽃게·납 김치에 이어 이번엔 기생충알 김치다. 언론에서는 연일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비추고 이에 대한 해당 부처 직원의 해명을 보도한다. 하지만 이 난리법석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조금만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고 또 다시 예전처럼 불량 식재료는 공공연히 유통될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만 수습하느라 급급해하는 정부는 이번에도 역시 매번 제시해왔던 해결안을 내놓았다. 2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 8개 부처에 분산된 식품관리 업무를 식약청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식품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의 안일한 대응이 지속됐던 것은 담당부서가 분산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관리 업무는 주류는 국세청, 농·축산물은 농림부,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학교급식은 교육인적자원부, 먹는 물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등 종류에 따라 관할 부처가 다르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중국산 김치를 식약청이 담당하는 것도 이같이 분류체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2002년 말, 현 정부는 대선공약 중 하나로 식품행정 일원화를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부처간에 서로 업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기주의 때문에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행정 일원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실제로 2003년 7월 내각부 산하에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한 일본은 이후 식품사고 발생 빈도가 현격히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 영국 식품기준청(FSA)도 일원화된 조직이다. 주 자치의 전통이 가장 발달한 미국마저도 식의약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130개 주재 검사소를 통해 독점 관리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드러커(Peter F. Drucker)는 자신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을 분산해서 운영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일을 집중적으로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가 부처간의 권력 싸움으로 인해 위협받는 것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더불어 이는 행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효과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식품관련 업무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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