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익지「전교학신문」 근거없는 보도 남발

「없으면 차라리 좋을 신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아노는 오늘의 우리 사회는 지금 언론공해로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창간된 「전교학신문」은 이제 전국을 커버하는 사싱지·교육지로서 제1의 자리를 굳히게 되어…」 이것은 「전교학신문」이 지난 10월 3일(수)로 창간 1주년을 맞이하면서 게재했던 기념사이다.

그러나 과연 이 신문이 기념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의 지성사회와 교육계에 반드시 필요한 신문이었는가? 매주 20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전교학신문」은 막강한 재력을 지닌 「통일교」를 배경으로 세워진 신문이다.

이 신문은 창간사에서 현시점을 「대전환의 시기」로 규정, 「변증법적 유물론과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일군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이 나라의 대학과 학원을 이데올로기 투쟁의 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의 출현은 필연적이라고 단언했다.

즉 6.10 국민대항쟁과 대통령 선거 이후 분출하는 민주화의지를 담고자 노력했던 여러 신문들 중 특히 기존 대학사회를 전달하던 학보가 선도적이고 급진적(?)인 이데올로기를 지향한다는 문제제기 속에 탈이데올로기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발생한 「전교학신문」을 살펴볼 때 실제로 탈이데올로기를 지향했다기보다는 지배권력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한마디로 「우익성향의 보수」적 성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현정세 분석과 대학사회에 대한 보도부분, 특히 학생운동에 관한 해석을 왜곡함으로써 대학을 간접적으로 인식하는 많은 이들에게 대학의 부정적인 상을 부각시켜 심어주고 있다.

우선 정세분석에 있어 이 신문은 앞서 말한 「보수우익」지로서의 입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90년 1월에 단행되었던 3당통합에 대해서 「민정·민주·공화 3당이 합당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랄 이유는 없다」라고 일축, 기존 제도권 언론조차 인정한 「장기집권과 체제수호를 위한 반민주 반민중적 야합」이라는 근본적 문제해석을 기피하고 단순히 한번은 거쳐야 할 필연적 과정인 양 보도하고 있다.

또한 90년 정세의 큰 흐름중 하나였던 통일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배경에 반공주의를 업고 체제옹호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통일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90년 1월 17일자 1면에 「이제는 적대관계가 아닌 공동체로서 북한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같은 호 7면에는 여전히 「총칼보다 더 무서운 식량통제」란 제목의 북한비방조의 기사를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일교회측은 소련내 최고권력자들 중 많은 인사들과 상당히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정부의 북방정책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앞서가고…」(90년 7월 18일자)라고 보도함으로써 현정세를 특정 종교 전파라는 목적에서 공정성이 무시된 채 재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대학사회를 밝힐 목적으로 창간되었다」는 신문이 대학을 혼란과 이념만이 존재하는 「황량한 곳」으로 묘사하여 매도하고 있다.

이 신문속에서는 일부 학생들의 과소비풍조와 비도덕적 행위를 집중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마치 모든 학생들의 일반적인 경향인 양 보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굴절보도는 대학을 도덕적 질서와 건전한 인식이 없는 곳으로 규정, 그곳에서 나오는 주장 역시 논리없는 과격성과 비도덕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는 것에까지 이른다.

「대학은 성문란의 환각지대인가」라는 제목하의 기사속에서 「낮에는 시위로 얼룩진 전쟁터, 밤에는 성유희가 판치는 캠퍼스가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정작 중요한 공부를 소홀히 한다」(90년 7월 25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전교학신문」은 대학사회 보도중 학생운동에 대해 취재통로조차 불명확하고 근거없는 극단적, 일방적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의 변혁운동 속에서 수행되었던 학생운동의 구국적 행위를 간과한 채 그 헛점만을 확대하여 기사화하는 것이다.

「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정치판의 타락선거에 오염되어 가는 현상을 보이고…총학선거에 천만원대의 선거자금이…」(90년 11월 21일자)라고 근거가 확실히 제시되지 못한 채 심증만으로 기사가 쓰여지고 있다.

여기서는 학생운동 자체가 사회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학생계파간의 이념싸움이며 소영웅주의의 발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사회참여·특권의식은 대학생의 고질병」(90년 2월 7일자)이라고 지적하며 대학생들의 모든 행위가 자기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것인양 축소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의 선진적이고 사회변혁에 대한 주도적 역할수행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던 보수세력들이 이제 대학내에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신문매체를 그 대표적인 도구로 이용하여 무료배포의 형식으로 무비판적으로 대학가 소식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쉽게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사실보도와 진실성의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의무를 지닌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독자의 비판과 선별적인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만연해 있는, 대학의 순수성을 오염시키고 그 잠재력을 부정하는 이러한 신문들을 학생들 스스로의 자각으로 배척하고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그때서야 「없으면 차라리 좋을 신문」, 「언론공해」에 시달리는 지금의 대학이 옳은 사상과 바른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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