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계속되는 기사 표절, 언론인 의식 개혁 필요

9월23일(금) 문화일보는 조선일보의 ‘반미만화 통일만화공모전 대상 수상’ 기사를 당일 석간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표절했다.

이어 9월28일(수) 조선일보는 경향신문의 ‘강남 재산세 턱없이 덜 낸다’ 기사를 서울시 관계자의 언급 부분과 앞뒤 한 두 문장만 바꾸고 그대로 신문에 도용했다.

기존의 기사와 비슷하다고 해서 모든 기사가 ‘표절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좋은 기사의 형식만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표절 양상은 앞서 말한 두 사례처럼 문장을 그대로 베끼거나 서술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계에서 ‘기사표절’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1년 4월 한겨레 한 논설위원이 조선일보 ‘화염병 관련 사설’의 일부를 표절해 파면 당하고, 그 담당 논설 주간은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사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표절한 기자를 해고한다거나 형식뿐인 사과문을 발표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번 ‘표절논란’에 휩싸인 문화일보 역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으니 독자들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는 사과문만 지면에 내보냈을 뿐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언론계 내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5월 우리나라 대다수의 언론들은 뉴욕타임즈의 ‘이라크침공 오보’ 기사를 그대로 표절했다. 그러나 그들은 표절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인 정정 보도마저 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 비한다면 문화일보의 사과문 발표는 그나마 감지덕지인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간 이번 표절사건에 대한 기사를 9월24일자 인터넷신문에 게재했다. 기사에 의하면 문화일보 관계자는 “사내에서조차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며 오히려 오마이뉴스의 지적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언론계 종사자들이 ‘보도자료 베끼기’나 ‘취재내용 공유하기’ 관행에 젖어 급기야 기사 전문을 베끼는 것까지도 잘못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1996년 한국기자협회와 신문협회 등이 만든 ‘신문윤리실천요강’의 제8조 2항에서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타 언론사의 보도와 평론을 표절해서는 안되며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실체적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신문윤리실천요강’은 다른 사람들의 강제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한국기자협회 스스로 맹세한 독자와의 약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자’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것인가. 단지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또는 신문 지면의 칸을 채우기 위한 기사를 쓰고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맹세에 대한 기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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