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의 ‘세 가지 길’을 따라서

가을 분위기와 어우러진 도자의 고상함을 우리 학교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0월7일(금)∼12월20일(화) 우리 학교 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에서 ‘도예가의 길-도공·과학자·예술가 황종구’ 특별전이 열린다. 고(故) 황종구 도예가는 1959년부터 우리 학교 도예과에 약 25년간 재직하며 이화의 도예 교육을 이끈 선구자다.

이 전시에서는 황종구가 생전에 빚어낸 도자기 약 130점과 도자 구상도 등 여러 자료들을 선보인다. 전시되는 그의 유작품들은 청자의 전통적인 미·현대적 형태미를 보여준다. 박물관 박기희 학예연구원은 “황종구 개인 회고전이라기보다 작품을 통해 한국 도예사 전반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전시회”라고 말했다.

작품들은 세 개의 방으로 나뉘어 시간의 흔적을 따라 전개된다. 각 방에는 숙련된 도공·끊임없이 연구하는 과학자·미를 창조하는 예술가였던 황종구의 신념이 묻어난다.

▲ 특별전의 백자 꽃무늬병 [사진제공:이대 박물관]
첫 번째 방은 도공으로서의 황종구에 초점을 맞춰 그가 작업한 청자 및 컵·그릇 등의 생활자기품을 보여준다.

두 번째 방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그가 얻은 연구실적 및 도예 교육 자료 등을 볼 수 있는 방이다.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흙 성분 분석자료를 비롯, 초벌구이 단계의 도자 등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 방에서는 예술가로서의 황종구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그가 퇴임 이후에 작업한 탈기능적인 도자예술품이 주를 이룬다.

유기적·역동적인 형태와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도자 무늬가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황종구는 고려청자 재현에 성공한 부친 황인춘의 대를 이어 고려청자와 가장 비슷한 색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장 첫째 방에 있는 작품 중 1960년대 작 ‘청자양각 모란무늬 표주박모양’은 그 형태·신비로운 비색 등이 고려시대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청자 외에 작품 ‘진홍색유와 연자색유 병’처럼 고운 분홍빛 등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도자기도 있다. 이는 황종구가 보석 같은 색의 유약 원료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답사한 과학적 노력의 결실이다.

박물관은 관람객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 외에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10월 20일(목)부터 전시 마지막 날까지 ‘청자타일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여자들이 청자 타일에 문양을 디자인해 조각하는 행사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도예 역사를 정립하고 학술적 논의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박미연 연구원은 “전시를 통해 도예 관계자들은 체계적인 작가의 작업 방식을, 일반인들은 현대로 이어지는 도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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