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3일(화) 날씨 기억 안남.

구조조정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문관 501­1호로 향했다. 3번째 참석하는 간담회라 안면을 익힌 분들도 꽤 된다. 처음 간담회를 가게 됐을 땐 너무 떨렸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이번 간담회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1,2차때 논의됐던 내용들이 반복된다. 학교와 학생들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더 많은 내용을 알길 원하고, 학교는 알려주길 꺼려하고.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던 국회의장의 모습이 그대로 축소돼 이 자리로 옮겨진 것 같다.

총학의 요청에 의해 학교에선 곧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 자리에선 모든 참가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2005년 9월 20일(화) 날씨 맑음.

배당받은 설문지 65장을 돌리기 위해 목동 의과대학으로 향했다. 수업때문에 시간도 촉박하고, 가는 길을 몰라 택시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 큰 건물에 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너무 일찍 와버린 걸까. 시계를 보니 오전9시 27분. 할 수 없이 1층부터 9층까지 모든 층을 다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실험실 앞을 지나는데 괜히 떨리고 무섭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해부된 시체가 놓여져 있을 것만 같아 서둘러 자리를 떴다.

7층 강의실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소 수줍게 애원하는 듯한 표정으로 준비된 멘트를 날렸다.“안녕하세요. 이대학보사 김혜윤 기자입니다. 이번에 저희 학보에서 설문조사를 하는데 좀 부탁드릴게요” 좀 당황한 것 같지만 친절하게 설문에 응해주는 의대생들. 너무 고마웠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 넓고 넓은 건물에 2학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2학년들의 수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듯했다. 터벅터벅 발걸음을 돌리는 내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무거웠다.

2005년 9월 21일(수) 날씨 또 맑음.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화사랑 앞에 누런 설문지 봉투를 들고 섰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이동하는 사람들을 붙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

마음을 가담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다 끝내자’혼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대학보사 김혜윤 기자입니다. 죄송하지만 ××대 학생 맞으세요?” “아닌데요” 분명히 전공 책을 들고 있고, 전공 교수님 얘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No!라고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절망했다. 결국 오늘도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학보사로 발길을 돌렸다.

설문지를 돌리면서 앞으로는 설문지 돌리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친절히 대하자고 다짐했다. 이제는 그들의 고통과 노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으니까.

2005년 9월 24일(토) 하루종일 학보사에 있어서 날씨를 모르겠다.

어제 오후5시부터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설명회가 끝나고 나니 9시 반.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멘트를 따고 나니 밤12시가 다 됐다. 계속된 취재에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정신을 다잡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머리가 굳어 글이 잘 써지질 않아 초고가 늦게 나왔다. 언니들께 너무 죄송하다.

기사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fact checking(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내가 또 실수했나 보다. 마음이 무겁다.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고 오보까지 나와 취재원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말을 바꾸는 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더구나 공개 석상에서 한 말을 바꾸고, 기사엔 바뀐 멘트가 실리길 원하는 분들에겐 실망감마저 든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기자로써의 자부심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이상 취재를 하며 보낸 1주일간의 나의 일과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초고대로 기사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난 우울해진다.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제작에 들어가면 내 앞엔 또 어떠한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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