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달력에는
마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또 한 번의 금요일을 맞이할 듯 합니다.

학보사 편집실에서 또 한번의
밤을 지새우는 것은
쉬이 게으름을 부려 취재가 늦은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초보 기자의 기사가 부족하기만 한 까닭입니다.

월요일에 기쁨과 (신문 발간)
화요일에 자유와 (친구 만남)
수요일에 압박과 (취재 압박)
목요일에 걱정과 (취재 완료)
금요일에 고뇌와 (기사 마감)
토요일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예전엔 잘 몰랐으나 이제는 익숙해진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지난주에 인터뷰했던 총학생회장의 이름과, 시네마떼끄 여성위원회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생활도서관 이런 학내 자치단위들의 이름과, 각 단대 학생회장 및 동아리연합회장의 이름과, 교무처 기획처 학생처 총무처 과장님들의 이름과, 예솔이 혜윤이 혜인이 지현이 혜진이 은진이 이재경 교수님 박선희 국장님 박현실 부장님 위서영 차장님 신혜원 차장님 이런 학보사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가까이 있습니다.
마감을 마치자 마자 바로 월요일 편집회의가 돌아오듯이.

어머님,
그러나 나는 항상 학교에, 당신은 멀리 집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조급해
이 많은 아이콘들이 흩어진 편집실 맥킨토시에
기사 몇 줄을 써 보고
이내 Delete(삭제)키로 지워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기사를 쓰는 기자는
부끄러운 바이라인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수습 6개월이 지나고 나의 기자 생활에도 봄이 오면
학관 옆, 비탈길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기사에도
자랑처럼 읽고 싶은 문장이 무성할게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