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반지, 시계 다 가져도 좋으니 이 구두만은 제발 가져가지 말아요."

뉴욕 한복판에서 강도를 만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외친 대사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긴 하지만 요즘 한국에서도 뉴욕의 캐리만큼이나 구두를 사랑하는 슈어홀릭(Shoeaholic)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 구두를 사모으는 방법이 아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슈어홀릭인 사람이 있다. 바로 구두 디자이너 김준응(섬유예술·02년 졸)씨다.


▲ 구두 디자이너 김준응(섬유예술·02년 졸)씨 [사진:이유영 기자]
디자인 구두 브랜드인 ‘The first time i'의 대표인 그는 구두 디자인에서부터 제작·전반적인 회사 운영을 맡고 있다.

'The first time i' 는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이 대세인 요즘의 유행 속에서도 단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 보자'란 김준응씨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명품같은 품질을 유지하되 가격은 최대한 낮추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창업에서 디자인까지 'The first time i'에서 김준응씨의 손이 거치지 않는 곳은 없다.

그의 하루는 제작공장에서 샘플구두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디자인과 제작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 틈틈이 매장에서 고객과의 만남을 갖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디자인만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신는 사람들의 의견을 매장에서 수용하고 새 구두에 적용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이다.

그는  "신는 사람의 느낌이나 착용감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손님을 만나는 것이 디자인을 백 번하는 것만큼 많이 배울 수 있다"며 "그래서 가능한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또 “굽 높은 구두는 불편해서 전혀 신지 못한다던 손님이 내가 만든 7센티미터 굽의 구두를 신고 편하다며 다시 찾아왔을 때 뿌듯했다”며 보람있었던 순간을 회상하기도 했다.

김준응씨는 후배 이화인들에게 "실용 학문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학, 연극 등 자신이 흥미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나갔을 때 그 부분이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대생의 경우 순수예술과 실용학문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창조적인 순수예술작업이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여도 사회에 나와 디자인을 기획해보면 여러모로 나의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매주 2켤레씩 새로운 구두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김준응씨. 일주일에 두 켤레 이상 제작은 손님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그만의 기준이다. 그는 “아직은 매 작업마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지만 탄탄히 기반을 다진 뒤에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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