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 기념 특집: 조국·통일·주변국에 대한 이화인의 생각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화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이화인들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통일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본사 사회부·학술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조국·통일·주변국에 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9월20일(화)∼22일(목) 사흘간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13개 단대에서 약 5%의 학생을 추출해 총 7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국

설문 결과 이화인들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71.8%)를, 과학기술 분야에는 긍정적인 평가(73.1%)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역사상 가장 부끄러웠던 사건으로 ‘군부 독재(32.3%)’·‘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14%)’이 손꼽혔다. 이밖에도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31.3%)’와 ‘IMF 경제 위기(19.9%)’를 선택한 학생들도 있었다.

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사건으로는 ‘급속한 경제 발전(34.7%)’과 ‘4.19를 비롯한 민주화 항쟁(27.5%)’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황우석 박사의 연구 쾌거(19%)’와 ‘월드컵 4강 진출(17.6%)’이 자랑스러운 사건으로 꼽혔다. 특히 자연대(34.4%)·약대(30%) 등 관련 전공 학생들이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설문에 응한 이화인들은 ‘조국’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 중 52.9%(418명)가 조국을 ‘정체성의 바탕’으로 여겼다. 그러나 40.7%(322명)의 상당수 이화인들이 조국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39.7%)’ 혹은 ‘부인하거나 피하고 싶은 대상(1%)’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출생 전에 자신의 의지로 조국 선택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를 선택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무려 전체 응답자의 62%(492명)가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위와 같이 선택한 이유로는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싶기 때문(61.5%)’이 가장 많았고, ‘조국이 어디든 중요치 않다(19.7%)’가 그 뒤를 이었다. 위와 동일한 질문에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이화인은 전체의 34.8%(276명)를 차지했다. 이러한 답변을 한 이유로 ‘조국이 자랑스럽진 않지만 애착이 있기 때문(74.7%)’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이배용 교수(사학 전공)는 “젊은 세대들은 조국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다”며 “조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는 이산가족 상봉의 자리에서나 민간 차원의 남북한 인사들이 만났을 때, 눈시울을 붉히며 함께 부르는 노래다. 과연 이 가사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 설문을 통해 이화인들의 의견을 살펴봤다.

대부분의 이화인들은 북한을 ‘언젠가 만나야 할 한민족(77.2%)’으로 생각했다. 이외에도 북한을 단지 ‘기아·인권 문제로 고통받고 있어 도와야 하는 대상(10.7%)’으로 보는 의견이 있었다. 북한을 ‘침략가능한 적(3.9%)’으로 보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응답자의 68.8%(536명)가 통일을 찬성했으며, 반대하는 의견은 12.5%(97명)였다. 통일이 이뤄지기에 적당한 시기는 ‘50년 이내(54.3%)’·‘100년 이내(22%)’·‘10년 이내(12.5%)로 집계됐다. 우리 학교 통일연구원 김석향 특임교수는 “앞으로 10년은 응답자들이 생산 활동을 하는 시기로, 이들이 10년 이내를 선택했다는 것은 통일에 따른 세금 등의 부담을 감당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바람직한 통일의 형태로 84.6%(652명)의 이화인들은 ‘연방공화제의 과도기를 거친 합의 통일’을 택했다. 이는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2개 이상의 지방이 합의해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석향 교수는 “흡수 통일이나 적화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합의 통일’에 의견이 몰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놓았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노력으로는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교류(34.4%)’, ‘TV·영화 등을 통한 문화 교류(31.7%)’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지원을 통해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9.7%)’는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통일 후 발생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반수를 차지하는 52.3%(408명)의 이화인이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자원의 결합’과 ‘군비 절감’ 등을 들어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통일의 부정적 영향으로 41.5%(321명)의 응답자가 ‘과도한 통일비용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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