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울포럼 대표 김진애씨

9일(금) 가을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 용산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도시설계분야 전문가인 김진애(53)씨를 만났다. 건축가의 집이라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작고 평범하지만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이었다.

▲ (주)서울포럼 대표 김진애씨 [사진:이유영 기자]
그는 “건축은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말인갗라는 의문이 떠오르기 무섭게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죄를 짓는 건축법을 생각하려고 애씁니다”라고 답을 제시했다. 그는 도시라는 무대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설계시 항상 자연을 고려한다.

또 많은 건축가들이 화려한 건축에 매료되는 것과 달리, 그는 ‘사진발이 안 받는 건축’을 추구한다고 한다. 건물을 바라보기만 하는 시각적인 측면보다는 직접 만지고 느끼는 촉각면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또 “건축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선”이라며 “그 선을 어떻게 이어주냐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애씨의 전공은 건축분야 중 도시설계다. 도시설계전문가로서 우리학교를 하나의 도시로 볼 때, 이를 ‘정원형 캠퍼스’라 평가했다. 유난히 녹지와 벽돌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또 우리학교 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광장이나 큰 축과 같은 권위적 공간이 없는 것’을 꼽았다.

그러나 캠퍼스의 많은 건물들이 본관의 건축 형식을 답습해서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즉 열려있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공부하는 공간은 학생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며 “건축물이 좀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일 필요가 있다”고 캠퍼스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지금 한창 공사 중인 ESCC(이화·삼성 캠퍼스센터)에 대해 ‘지상·지하가 연결되는 구조가 이화 캠퍼스의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김진애씨는 지난 97년 1년 동안 우리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로 있었다. 여성 건축가를 양성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교직을 맡았다고. 교수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 스스로 건축 분야의 재능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또 자신이 그 과정에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단다.

이런 이유로 김진애씨는 1년 동안의 강의가 끝난 후, 그간의 가르침과 자신의 체험담을 모아 「매일매일 자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자신이 대학시절 가졌던 의문과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학생을 위한 것으로 일종의 건축학 지침서다.

그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대학교 때 「토지」를 읽고 동양건축에 흥미를 느껴 직접 건축물을 보기 위해 전국을 여행했던 것이 지금도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진애씨는 “활동하는 건축가만이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건축은 제도·정책·기술이 모두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건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도시설계분야의 전문가인 그가 많은 책을 내고 사회운동을 하며, 또 정치로까지 활동분야를 넓히는 것을 보며 진정‘활동하는 건축갗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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