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무소 ‘힘마’의 서혜림씨 인터뷰

이집트 여장군의 이름 ‘힘마’는 새로운 출발·끝없는 도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건축계에도 ‘힘마’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건축가 서혜림(44)씨다.

강남구 신사동 한적한 도산공원을 끼고 골목길에 들어서면 철골 구조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서혜림씨가 근무하는 건축사무소 ‘힘마’다. 7일(수) 그곳에서 그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 건축 사무소 ‘힘마’의 서혜림씨 [사진:주은진 기자]
그는 여성 건축가와 건축가를 구분 짓지 않는다. 시종일관 “자신이 여성 건축가인 것이 특별하냐”며 말이다. 11년 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그에게 한 건축 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다. ‘도대체 여성 건축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자신 이전에는 여성 건축가가 없었냐”며 되묻는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왜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더불어 그에게 건축가는 근본적으로 ‘건축을 사랑하고, 건축에 미친 사람’일 뿐이지 성별의 차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여성 건축가라고 하면 남성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서혜림씨는 그런 통념을 과감하게 깬다. 그는 “여성 건축가는 왠지 세밀하고, 장식하는 부분에 강할 것 같나요?”라며 “그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기성의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을 강조하는 성격은 그의 건축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가장 아끼는 작품을 묻자 어떻게 그것을 꼽을 수 있겠냐며,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그간의 작업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건축가들은 실무를 연습이라고 말합니다”고 설명한다. 하나하나 직접 만들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이제껏 해온 연습들은 어땠을까. 지금까지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형식이나 스타일이 정형화된 건축물보다 다소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비슷한 건물을 짓는 일에는 관심 없어요” 라는 말에서 그의 성향이 드러났다. 또 그는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어느 곳에 건물이 들어서건, 다양한 빛을 담을 수 있고 사람과 건물이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이 그의 구미를 당긴다고.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법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제약이 많죠”라며 “주어진 조건에 맞추되, 그 속에 실험적인 요소를 넣는 것이 진정한 건축”이라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머리와 마음이 너무 복잡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한다. 지난 작품 사진들을 모으거나,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글로 정리해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단다. 당분간 건축만 하고 싶다는 그는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나, 서혜림만의 경쟁력을 키워야겠죠”라며 시원하게 웃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숙제를 푸는 중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제대로 된 건축이 무엇인지 그 답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와 어머니, 거기에 교수의 역할까지 그의 인생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이라는 것은 참으로 근사한 일이지만 여성인 것을 무기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하는 서혜림씨. 그는 ‘여성’대신 ‘건축’이란 무기를 품고 있는 정말로 근사한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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