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설계공간

공학관 2층에는 6개의 설계실이 있다. 매 학기 설계수업이 개설되면 강의마다 설계실이 배정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각자의 자리가 주어진다. 이 자리에는 학생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큰 설계판(책상)이 놓여 있다. 설계실마다 이러한 설계판들이 벽면에, 혹은 중앙에 빽빽하게 배열돼 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이곳에 개인 스탠드·컴퓨터 및 각종 도구를 구비해 놓고 과제를 한다. 김윤정(건축·2)씨는 “프로젝트로 밤새 작업하는 것도 바로 이 곳”이라며 “고등학교 때처럼 ‘내 자리’를 가질 수 있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재료비는 제각각

보통 설계를 할 때는 일반 연필이 너무 얇기 때문에 두꺼운 연필심이 있는‘홀더’라는 필기구를 사용한다. ‘마스킹 테이프’라고 하는 도면용 지우개와 지우개 판도 필요하다. 나무가 잘 잘리지 않는 45도 칼 대신 사용하는 30도 칼·삼각자·각도자 등도 평소에 사용하는 기본적인 재료다. 이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원 안팎. 따라서 학생들은 저렴하게 학기 초 공동구매로 기본 재료를 준비한다. 또 우드락·폰보드(우드락에 종이 1장 더 입혀있는 것)·본드 등 매 시간 구비해야 하는 재료에는 8천원∼1만원정도가 소비된다. 이 외에 과제를 하는 경우에는 개인에 따라 5~6만원부터 심지어 20만원에 가까운 재료비가 든다.

◆마감때는 밤샘도 부지기수

설계수업 프로젝트 마감때가 되면 학생들은 모두 작업에 바쁘다. 이틀 혹은 3일에 한번 집에 가며, 나머지 시간은 학교에서 밤낮으로 작업을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밤을 새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학기 골판지로 의자를 만드는 과제를 하던 황민경(건축·2)씨는 “피곤한 상황에 정신이 없다보니 칼이 빗나가 손가락을 베었다”며 새벽 1시에 응급실에 갔던 일화를 전했다. 이렇게 며칠씩 학교에서 밤을 새는 학생들을 위해 공학관 2층 복도 끝에 온돌방이 있다. 좁은 방안에 누울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5명 정도다. 그러나 공학관 중 유일하게 온수가 나오는 화장실이 옆에 있어 건축학과 학생들에게는 유용한 공간이다. 이현주(건축·2)씨는 “설계수업은 힘들지만 교수님·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내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며 “직접 작품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설계 수업이야말로 진정 건축학과다운 수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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