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삼성 캠퍼스 센터(ESCC)공사로 휴웃길이 없어진 지금 ‘휴웃길에서’를 쓰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중 하나는 이화인을 만날 수 있었던 휴웃길을 잃은 서운함. 예쁜 교정 한 곳을 잃었다고 나타내는 서운함은 아니다. ESCC 공사로 이화광장에 이어 자꾸만 좁아져가는 학생 공간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씁쓸함이다.
이화광장·휴웃길·운동장 등 학교에 잠시 양보해 준 ‘학생들의 터전’은 2007년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첫째로 우리 터전은 ‘이화삼성 캠퍼스 센터’란 새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돌려받기 원했던 것은 ‘이화 캠퍼스 센터’ 교정이지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삼성’이란 로고가 찍힌 교정이 아니었다. 대기업이 학생들의 교육을 후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 대가로 기업이 원하는 기술·능력만을 교육받기 요구한다면 더 이상 대학에서의 진정한 교육은 불가능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 우리학교 단대 통·폐합 열풍도 이러한 맥락에서 귀결된 이화의 슬픈 단면이다.
둘째로 학교는 우리 터전을 다양한 학생복지시설로 채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터전이 다시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은 이화광장에서처럼 다시 모든 이화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휴웃길에서처럼 차분히 이화인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운동장에서처럼 마음껏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편의시설이란 이름으로 교내에 별다방이 생기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때 이 편의시설은 얼마나 많은 이화인에게 공공적일 수 있을까?
2007년에 다시 돌려받기로 약속한 우리의 이화광장·휴웃길·운동장. 이곳이 진정 학생들의 공간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ESCC에 대한
학생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