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하교길. 황선경(사학·2)씨는 친구들과 함께 정문 앞에 있는 ‘스타벅스(Starbucks)’로 발걸음을 옮긴다. 커피의 맛을 좋아한다기보다 친구들과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가게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비스와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스타벅스는 커피 뿐 아니라 스타벅스만의 커피 ‘문화’를 함께 판매한다.

이와 같이 물리적 상품에 문화적 속성이 더해진 문화융합상품을 ‘컬덕트(culduct)’라고 한다. 이는 ‘컬처(culture)’와 ‘프로덕트(product)’의 합성어로 제품보다 이미지가 더 중시되는 상품을 뜻한다.

컬덕트는 곧 문화마케팅과 통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감성과 문화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컬덕트는 가장 효과적인 기업 활동 전략인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컬덕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개발되는 컬덕트는 ‘공간을 활용한 문화마케팅’이다. 특정 공간에서 문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가 LG텔레콤의 ‘폰앤펀(Phone&Fun)’ 매장. ‘폰앤펀’은 휴대폰을 진열·판매하는 기존의 대리점과 달리 방문자들이 영상·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GS건설 역시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여겨, 입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설했다.

음악을 상품에 결합시킨 컬덕트 제품도 눈에 띈다. LG텔레콤은 올해 초 편의정패스트푸드정극장 등에 ‘뮤직온 자판기’를 설치했다.?사람들은 이를 통해 MP3 다운로드·뮤직비디오 시청 등의 유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LG텔레콤 뮤직사업부 채널개발팀 이영탁 사원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어디서나 뮤직온 자판기로 음악을 살 수 있다”며 “음악은 감정에 호소하는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컬덕트는 브랜드 이미지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깊이 인식돼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태평양’이 개발한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TV 광고 없이 연간 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고풍스러운 브랜드 로고에서 기품 있는 여성의 고객상까지 ‘설화수’의 마케팅 전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소비자에게 인식됐다.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컬덕트는 반길 만한 상품이다. ‘폰앤펀’ 신촌점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고 있던 국민대 권은희(국문·2)씨는 “휴대폰을 살 목적이 아니어도 휴대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와 매장 분위기가 좋아 들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업들의 컬덕트 전략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마케팅 프로덕션 ‘풍류일갗 김우정 대표는 “물질의 힘보다 감성과 문화의 힘이 더 커지면서 기업들은 상품과 함께 문화를 팔고 있다”며 “21세기 가장 유망한 분야는 바로 컬덕트”라고 확신했다. 학교 앞에도 시대의 흐름을 타고 여러 종류의 컬덕트가 나타나고 있다. 까페 ‘나무’도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의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제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컬덕트를 통해 문화적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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