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퐈! 퐈!”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퐈야~’(아니다. 재수가 없다 정도의 뜻으로 쓰임)하는 유행어인가 싶기도 한 이 소리는 다름아닌 내 이름.

내 이름은 ‘풂다.
들을 때 마다 내 이름이 맞나 문득 놀라기도 하지만 삼순이 보다도 더 우스꽝스런 이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바로 일본인 친구 토시에의 발음에 있다. ‘명화’ 에서 한 글자나 줄여 ‘화’로 부르라고 선심도 썼고, ‘후아’를 빨리 발음해 보라고 시켜보기도 했다. 자기도 나름대로 일본어로 고쳐 필기까지 하더니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도무지 발전될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실은 핀란드 오기 전에 내 이름을 그대로 쓸 것인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토익 시험을 칠 때 이름 석자 영어로 적고 나면 3칸 정도 남기고 다 찰 정도의 복잡하고 정교한(?)내 이름이 아니던가.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영어 닉네임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내 이름을 고수할 것인지.

‘풂라 불리는 것을 보면 다들 짐작하겠지만 내 이름을 고수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면 다른 친구들은 내 이름을 잘 불러주고 있느냐.. 사실 그것도 아니다. 중국에서 온 친구들은 이름을 한자로 적어달라고 하더니 자기네 방식대로 ‘밍화’라 불러버린다. 한자 이름을 쓴다고 했더니 쉽고 편하단다. 그 말 때문인지 왠지 듣기 거북스럽긴 마찬가지다.

유럽권 친구들은 ‘화’를 아예 무성음으로 소리내려 한다. 무슨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추울 때 손바닥에 입김을 내 뿜는 것도 아니고 바람만 후후, 호호 분다. 얘들아, 내 이름을 소리 내서 부르라고. 그래야 내가 들을 거 아니냐고.

친구들이 불러주는 내 이름이 각각 다르고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평소 내가 즐겨 쓰던 영어 이름 ‘Marsha’ 따위로 나를 소개했다면 한국어에 관심도, 심지어 한국어가 따로 있는 지도 모르고 넘어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맥주를 계속 ‘맵주, 맫주’로 말하는 토시에에게 ‘MACcomputer JUIce’를 연습시켜 “MACJUI” 로 정확하게 발음하게 가르쳐주는 즐거움 또한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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